||0||0고난주간 묵상 기도회(수요일) – 마가복음 14장 1-31절

십자가를 앞둔 이틀 전.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들에게서 예수는 버림받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일꾼과 종으로 세워진 대제사장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고자 공모하며, 예수의 가장 친밀한 제자들 중의 한 명인 가롯 유다가 예수를 배반하고, 예수의 남은 제자들은 우왕좌왕하며, 헛된 맹세를 경쟁하듯 날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종들인 백성의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예수 죽일 방법을 모의합니다.
성전에서의 시위를 통해 자신들을 거짓으로 가득한 우상숭배자들로 폭로한 예수를 저들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야를 죽임으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었던 다윗처럼, 예수를 죽임으로 저들은 자신들의 죄악을 덮고자 했습니다.

대제사장, 서기관, 백성의 지도자라는 타이틀…
내적인 영성이나, 내적인 진실함과 상관 없이, 달고 다니는 타이틀만으로도 자동적으로 권세가 발생되는 자리!
어느새 저들은 그 ‘지위’가 무엇을 위하여 주어졌는가와 상관 없이, 그 ‘지위’의 단맛을 누리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겐 ‘진리’나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자신의 지위’와 ‘사람들의 인정’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민요가 날까 하니 명절에는 (그를 죽이지) 말자!”

예수를 팔아 넘긴 가롯 유다,
사실 그는 돈궤를 맡을 정도로 신뢰를 받았으며, 그 능력을 인정 받았던 자였습니다.
예수의 제자 중 누구도 그의 배반을 눈치채지 못했고, 상상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의 가장 내밀한 그룹에 속한 그가 오히려 예수를 파는 자로 돌아 섰습니다.
향유 부은 여인을 자기 죽음을 위한 것이라 두둔하는 예수를 뒤로하고, 그는 자기 욕심을 좇아
대제사장들과 권력자들에게 나아갔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한 여인에게 분노하는 것만으로, 명분 있는 몇 마디 말만으로 예수 편에 설 수 있기만 하다면… 제자들도 우리도 그를 십자가까지 따라 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십자가에 마지막까지 함께한 자들은 그의 제자들이 아닌 한 여인이었습니다.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아 넘길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저들은 ‘저는 아니지요’라며 자기 사정만을 살필 뿐이었습니다.  ‘죽어도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경쟁하듯 맹세했지만, 저들의 각오는 죽음을 넘어설 수 없었고, 그들의 결심은 주님의 결심처럼 굳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자신을 모해하고, 자신을 배반하는 이 때에,
예수님은 그들을 위해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는 십자가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십니다.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받아 마시라. 이것은 많은 자들을 위하여 쏟아 부어지는 내 약속의 피이다’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하여 울어라”
“아버지여,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성전에서의 의도된 행위와 무화과 나무의 저주에서 우리는, 거짓된 경건으로 포장된 자들을 향해 “이것은 성전이 아니며, 너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다”라고 선언하시는 주님의 분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든 꺾어 넘어뜨리려 골몰하는 자기의 종들인 종교지도자들과, 신뢰와 애정을 끝까지 주었으나 결국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자기를 배반하는 한 제자와, 자신들이 무슨 맹세를 하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서로의 경쟁심에 젖어 깃털처럼 가벼운 맹세들을 날리고 있는 제자들을 위해, 바로 그들을 위해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고 있는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 앞에 서게 됩니다.

그가 죽기까지 골몰하고, 힘에 지나게 기도했던 것은 참으로 우리의 유익이었고, 우리가 생명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질투심에 사로잡힌 대제사장들은 자기 권세를 지키는데 골몰했고, 자기 꿈을 쫓던 유다는 돈 몇 푼에 신뢰와 사랑을 팔아 버렸으며, 제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오직 한 사람, 예수 곁에서 그와 마음을 같이 했던 한 여인만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예수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우리가 골몰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아니 우리 마음이 사로잡혀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며, 그렇게 하여 얻어지고 지켜낼 수 있는 ‘나의 것’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입니까?
이 시간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쏟아 붓고 있는지,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쓰라’는, 훈수만으로도 그럴듯한 말들을 내 뱉기 전에, 예수의 죽음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참여하는 한 여인에게 분노하기 전에, 나뿐 아니라 모든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렸노라 말하며 변명하기 전에, 먼저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는 예수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떠나고, 죽이려 골몰하며, 배반하는 그 때에, 예수는 그런 저들을, 그리고 그들과 같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골몰하십니다. “받아 먹으라, 이것은 내 살이다. 받아 마시라. 이것을 너를 위하여 쏟는 피로 맺은 나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