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뻐하는 금식 (사 58:1-14)


나 어렸을 적 "하나님은 금식을 기뻐하는데,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을 하면, 흉악한 결박이 풀어지고, 모든 멍에가 꺾여지며, 주린 자는 양식을 얻고, 헐벗은 자는 옷을 얻는다"는 식의 말씀을 참으로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본문이 말하는 것이 그 내용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성경을 일독하기로 하던 중 이사야 58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니 본문의 뜻은 금식을 하면 이런 저런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입혀 주며, 압제 당하는 자에게 자유를 주고, 도움이 필요한 자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이라는 말씀이었다(6-7). 그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었다. 어떻게 이렇게 분명한 말씀을 완전히 달리 읽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으로 인해서...


사람은 자기의 욕망을 가지고 사물을 보고, 자기의 욕망을 따라 사람의 말을 듣는다. 금식만 하면 하나님이 얼키고 설킨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욕망'으로 금식을 하고 있었기에, 이 사람들은 금식을 하면서 논쟁하고(4), 금식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온갖 고된 일을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3). 


금식은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잠시 자기 욕망을 눌러 놓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자기 욕망을 절제하는 일이다. 다른 이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연약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귀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금식이다(6,7). 금식은 주린 자로 인해 심정이 동요되고 스스로 괴로움을 느껴 밥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는 자가, 자기의 시간과 돈을 포기하고는 그의 배고품을 채워주기 위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다(10). 


그런 자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의 영혼의 만족 곧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다(9,11). 그는 여호와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14). 내 욕망을 말씀 속에 집어 넣어 읽지 않기를, 오직 주리고 목마른 자들의 배고픔과 갈증이 내게 먼저 보여지기를, 그리하여 진정 내 영혼을 만족시키는 길이 될 누군가를 위한 자기 절제가 하나님과의 친밀함으로 나를 이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