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샤야 53장 - ‘우리’는 누구인가? (사52:13-53:12)

 

여기, 종의 고난과 죽음의 의미를 전하고 있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종의 고난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가? ‘우리’는 종의 고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종의 고난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먼저 본문에 나타난 ‘종’은 어떤 자인가?

 

그는 (1) 생명이 제대로 자라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고, 자라났다. (2) 그의 외모는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추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3)그는 온갖 질병으로 고통을 겪었고, (4)사람들의 철저한 멸시를 받았으며, (5) 채찍을 맞아 찢겨졌고, 매를 맞아 뭉개졌다. 7-9절에 따르면 (6)그는 재판을 받고 심하게 두들겨 맞고, 죽임을 당했다. 앞서 52:13-15에서 ‘여호와의 종’은 지극히 높아질 것이라 선언되었으나, 1-9절에서 여호와의 종은 한없이 낮아지고 있다.

   

‘우리’는 종의 환경, 종의 외모, 종의 질병과 고통을 보았고, 그것을 여호와께 징계를 받아 고통당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고통과 죄, 하나님의 징벌과 고통에 대한 히브리인들의 일반적 사고를 따라 여기 ‘우리’도 그의 참혹한 고통에서 그의 엄청난 죄를 생각했다. ‘우리’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죄를 범했기에 저토록 고통을 받고 있는가? 그의 죄는 얼마나 크기에 저토록 하나님의 징벌을 받고 있는가?’ 그의 고통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황급히 얼굴을 돌려야 했다.

   

이런 그의 모습이 7-9절의 그의 강금과 재판, 그리고 죽음을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는 어떤 죄를 범했기에 강금당하고, 협박당하고, 채찍으로 맞아 찢겨지고, 매를 맞아 뭉개져야 했을까? 그는 어떤 죄를 범했기에 재판을 받아 죽임을 당했는가? 그는 어떤 죄를 범했기에 그의 무덤이 ‘죄인들’과 함께 있게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무런 죄를 범한 것이 없다. 그가 어떤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는지 그 내용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여 재판을 받아 죽어 악인들과 함께 있게 되었는가?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이 이 부분에 있어서 좋은 통찰을 주고 있다. 희생양은 사회전체가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대표적으로 기근이나 전염병이 도는 때에 선택된다. 희생양은 주로 ‘유대인’이나 ‘마녀, 여자, 문둥병자, 쌍둥이, 정신이상자’ 등에서 취해 졌는데, 사회로부터 멸시를 당하고 있는 그들이 이 모든 재앙과 질병과 기근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희생양은 한 공동체의 모든 질병과 재앙을 등에 지고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희생양 메카니즘은 그 공동체 내에서는 결코 밝혀지지 않는다. '유대인이 마을 우물에 독을 탔고, 그 결과 죽음이 임했다. 그러므로 유대인을 처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재앙의 시절, 희생양을 찾는 자들의 열광... 결국 희생양은 마땅한 죄 값으로 죽는 것이다.

 

희생양 죽음의 메카니즘이 폭로되면 공동체는 위기를 겪게 된다. 왜냐하면 희생양에 전가 시켰던 모든 죄들이 결국 자기들의 것이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체는 결코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라르에게 있어서 예수의 죽음 직후 일어난 제자들의 증언은 바로 이 희생양 메카니즘을 뒤집는 혁명적인 일이다. 여기 53장에서도 스스로를 ‘우리’라고 부르는 자들에 의해 공동체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공동체가 근거하고 있는 정의의 원리가 허구 위에 세워져 있었음이 폭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스스로를 ‘우리’라고 부르는 자들은 어떻게 ‘종의 고난과 죽음’의 비밀을 알았을까? 어떻게 전 공동체적 열광 속에서 일어난 살해의 뒷면을 볼 수 있었을까? 성경의 독특한 희생자 메카니즘이 있는데, 바로 희생자들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폭력 위해 기초하여 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국가는 폭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여기서 한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자는 처단 당하게 된다. 합법적으로...만일 그에 의해 야기된 것이 공동체에 대한 비판 정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어떤 것이라면, 공동체는 그를 그대로 놓아 둘 수 없다. 공동체는 그를 처벌하고,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이때, 아벨의 피가 소리를 지르고, 선지자들의 피가 소리를 지른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피가... 아니 예수는 죽임 당한 자에서 오히려 부활하여 자기 자신의 삶이 옳은 것이었음을 확증 받은 자로 나타난다. 그 결과 예수를 심판하고 처단한 공동체 전체의 죄악이 폭로된다. 지라르에 따르면 성경의 희생 이야기에 근거하여서는 어떤 사회체가 존립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동체의 정당성이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어떤 공동체는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우리’ 같은 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우리’는 어떻게 희생양 메카니즘의 배면을 볼 수 있었는가? 그들은 어떻게 아벨의 피, 예수의 핏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가? 자신들의 죄로 인한 고통과 징벌을 다른 누군가의 죄로 돌려 그를 죽이는 것으로 지워버리려 했던 그들은 그런데 이 '종'의 죽음에서 자신들의 고통과 질병의 진정한 원인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들에게 있었음을 확인한다. 종의 죽음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이 깨어져 나감을 경험한다.'(57:15). 그렇게 깨어져 나간 마음에서 오히려 치유와 나음이 시작된다(57:15). 이들에게 어떻게 이 과정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들이 어떻게 희생양의 소리를 '들을 수'(1) 있었는지 이곳에선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 같지도 않게 뭉개진 그의 모습에서, 사람같지도 않은 자신들의 추함을 볼 수 있었던, 그리하여 '마음이 깨어져 나갔던 우리' - 그 작은 무리들의 증언을 통하여 그렇게 공고하게 유지되어왔던 희생양 메카니즘에 근거한 '폭력'의 사회가 깨어져 나가고, 새로운 공동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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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52장 13절~53장 12절 (사역)

 

13 - 보라! 나의 종이 (뜻을) 이룰 것이다.

       그가 일어날 것이다. 그가 올려질 것이다. 그가 심히 높아질 것이다.

14 - 많은 사람들이 너로 인하여 크게 놀랐을 만큼

        그렇게 그의 모양이 사람 같지도 않고,

        그의 형상이 사람의 아들들 같지도 않았다.

15 - 그렇게 그가 많은 민족들을 경악케 할 것이다[or 민족들에게 뿌릴 것이다].

       그(he)로 인하여 왕들이 그들의 입을 다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말해지지 않았던 것을 그들이 볼 것이고,

       그들이 듣지 못했던 것을 그들이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1 - 우리의 들은 것을 누가 믿었는가?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는가?

2 - 그는 그 앞에서 여린 싹같이 자라났다.

      메마른 땅으로부터 뿌리같이...(자라났다.)

      그에게는 아름다움도 없고, 위엄도 없었다.

      우리가 그를 볼 때에, 우리가 그를 바랄만한 어떤 모양도 없었다.

3 - 멸시를 받아 사람들(로부터) 버려진[끊겨진],

           고통의 사람, 질병을 아는 자.

            그에게서 얼굴을 피할 만큼,

     멸시를 받아, 우리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4 - 실상은 우리의 질병을 그가 짊어졌고,

      우리의 고통을 그가 짊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대하여 생각했다.

      얻어맞아, 하나님의 매를 맞아, 고통을 겪고 있다고...

5 - 그러나 그는 우리의 범죄 때문에 찢겨졌고,

     우리의 죄악 때문에 뭉개졌다.

     우리의 평화를 위한 징계가 위에 (있었고),

     그의 채찍 맞음 안에서 우리에게 나음이 있었다.

6 - 우리 모두는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었다.

         각 사람이 자기의 길로[제멋대로] 행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의 안에다 놓았다.

      우리 모두의 죄악을...

 

7 - 학대를 받고, 그가 고통을 당했으나, 그는 그의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자에게 끌려가는 양처럼,

          자기의 털 깎는 자들 앞에서 잠잠한 암양처럼,

      그는 그의 입을 열지 않았다.

8 - 강압[구금]과 재판으로 인해 그가 (죽음에로) 취해졌으니,

       그의 세대를 누가 생각하겠는가?

       이는 그가 산 자의 땅에서 끊겨졌고,

       내 백성의 범죄 때문에 그에게 재앙이 임했기 때문이다.

9 - 악한 자들과 함께 그의 무덤이 놓였고,

      그가 죽었을 때 부자와 함께 있게 되었다.

      그는 강포를 행치 않았고,

      그의 입에는 속임이 없었지만.

 

10 -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그의 뭉개짐을 기뻐하여, (그를) 상하게 했다.

           만일 그의 생명이 속죄 제물로 드려진다면,

           그는 씨를 볼 것이며, 그가 날들을 길게 할 것이다.

       여호와의 기뻐하는 일이 그의 손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11 - 그의 생명의 수고로부터 그가 볼 것이다.

        그가 그의 지식으로 만족할 것이다.

        의로운 나의 종이 많은 자들을 의롭게 할 것이다.

        그들의 죄악을 그가 짊어질 것이다.

12 - 그러므로 내가 그로 높은 자들과 함께 나누게 할 것이다.

        강한 자들과 함께 그가 전리품을 나눌 것이다.

        이는 그가 그의 생명을 죽음에로 쏟았기 때문이며,

        그가 범법한 자들 중 하나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많은 자들의 죄를 짊어졌다.

         범법한 자들을 위하여 그가 중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