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믿음의 시작 (12:5-20)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길을 떠나(4) 마침내 가나안 땅에 도착한다(5). 왜 가나안이어야 하는지, 하란이나 우르는 왜 안 되는지, 모른다. 그 땅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정치적, 지리적,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 환경에 어떤 남다름이 있는지, 모른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길을 떠나 마침내 그 땅에 도착한다. 도착하여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다(8). 믿음의 삶의 시작이다.

 

그런데 그 땅에 기근이 심하게 든다(10). 그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애굽으로 내려가야 한다(11). 하나님이 일부러 기근을 주신 걸까?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아니다. 아직 시험 볼 정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 왜 기근이 있었는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목적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성경은 납득할 만큼의 충분한 설명을 주지 않는다. 왜 가나안인지, 왜 아브라함인지, 왜 기근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일들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만 겪는 것 아니라,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같이 겪는다. 같이 기근을 겪는다. 각자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 움직여간다. 아브라함은 남방으로 내려 간다, 애굽으로 간다.

 

땅의 모든 족속이아브라함 안에서(바아브람)‘ 복을 받을 것이다가 약속인데, 아브라함은 기근 중에 사래 덕분에 생명을 보존하려 한다.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바아브레크) 안전하리라.“(13) 의인 10명을 위해 소돔을 멸하지 말아 달라며 기도하는 아브라함은 24년 후의 그의 모습이지, 지금은 아니다. 위기, 고통, 떠밀림, 공포, 비겁, 비참의 밤과 낮... 그렇게 아브라함의 믿음의 여정의 날들이 시작된다.

 

사래의 일로 재앙을 만난 후 바로가 말한다. “네가 어찌하여 나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네가 어찌하여 그를 네 아내라고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 네가 어찌 그를 누이라 하여 내가 그를 데려다가 아내를 삼게 하였느냐?“(18,19) – 아브라함은 답할 말이 없다. 공포와 두려움, 비겁과 비참의 실존이 있을 뿐, 답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어찌하여 네가?“를 묻지 않고, 그의 인생을 붙잡아 주고, 그에게 삶을 허락한다. 그렇게 믿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