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요한일서 3장 – 사랑하다 (요일 3:1-24)
‘의를 행하는 자’가 의롭고(7), 행함과 진실함으로 형제를 사랑하는 자가 사랑하는 자다(17). 사랑도 의도, 미움도 죄도 다만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주고 받는 행함이다. 아벨에 대한 가인의 ‘미움’은 그를 죽이는 것이었고(12), 우리에 대한 예수의 ‘사랑’은 우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주는 것이었다(16).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고 사랑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행함’이 사랑이다(1,7,10,16,18). 미움이라는 ‘감정’이 있고 미움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미움의 행함’이 미움이다(8,13,15). 사랑의 감정이 없다거나 미움의 감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미움도 누구 혼자만의 상태 속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존재와 삶과 상관 없이 다만 하나님의 마음 속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주고(16), 우리의 마음보다 더 큰 마음으로 우리를 용납하며(20)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이신다는 것이다(2).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만 우리 마음 속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를 행하며 형제를 사랑하고(10) 그에게 담대히 기도하며(21,22)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24).
사랑은 다만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을 살리는 관계 맺음’이며, 미움은 다만 미움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을 죽이는 관계 파괴’이다. 사랑은 네 안이나 또는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안에 있고, 미움도 네 안이나 또는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안에 있다.
그렇게 서로 안에 있는 사랑도 미움도 따지고 보면 그러나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사랑이 미움을 만나면 사랑은 주춤거리다 길을 잃기도 하고, 미움이 사랑을 만나면 미움도 주춤거리다 길을 잃게도 된다. 아니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실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게 하셨는가, 우리가 그러하도다.”(1) 그 안에서 너와 나, 우리가 서로 사랑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