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타락? 처음부터 걸어온 길의 결국 (왕상 11:1-13)

 

솔로몬은 본래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게 살았으나 말년에 여인들로 말미암아 타락(?)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대개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나님께서는일찍이이방 민족들과 혼인 관계를 맺지 말라고 말씀하셨으나(2), 그러나 솔로몬이 그 말씀을듣지않고 오히려 그들을 사랑했다고 성경은 에누리 없이 말한다(2).

 

일찍이 신명기 7장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변 이방 민족과 혼인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7:3). 왜냐하면 그로 인하여 이스라엘이 다른 신들을 섬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7:4).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그의 백성이었으나(7:7) 그 이유는 그들이 다른 민족보다 나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여호와께서 그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다(7:8). 그런데 솔로몬은 이방 여인들로 대표되는 이방 신들을 사랑하여(2),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오히려 아스다롯과 밀곰과 그모스의 길을 따라 살아갔다고 성경은 말한다(5). 그러니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방 신들을 섬기는 척을 했던 것이 아니라, 솔로몬 자신이 여호와의 길을 버리고 이방 신들의 길을 따라서 살아갔던 것이다. 왜냐하면 솔로몬이 이미 그들과 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2).

 

‘솔로몬이 그들을 사랑하였다는 말은 사실 주동사다바크‘(달라붙다, 매달리다, 연합하다)와 부정사아하브‘(사랑하다)가 결합되어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서 우리 말로 그 뉘앙스를 살려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그 뜻을 살려 옮긴다면 솔로몬은 마치 남편이 아내와 연합하여(‘다바크‘) 한 몸이 되듯(2:24), 이미 이방 여인들로 대표되는 이방 종교와 문화와 가치 체계에 푹 빠져 한 몸과 같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노년이 되어 새삼스레 타락한 결과가 아니라, 애굽 왕 바로의 딸과 결혼하여 그의 사위가 됨으로 그의 통치를 시작하던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그가 걸어온 길의 결국인 셈이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일찍이두 번이나 그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9). ‘두 번이란 기브온에서 한번 그리고 왕궁 건설 이후 또 한번(9:2) 그렇게두 번꿈에서 나타나 그에게 말씀하셨던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솔로몬은 성전이 지어지기 전, 기브온에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며 일천 마리의 희생으로 제사를 드릴 때에도 이미 하나님의 길이 아닌 이방 종교의 길을 따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말년에 이르러 솔로몬은 신명기 17장이 왕에 대하여 금하는 세가지 곧 아내를 많이 두지 말며, 은 금을 많이 두지 말고, 군마를 많이 두지 말라는 말씀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게 되었던 것이다. 열왕기가 솔로몬에 대해 보여주는 은금의 풍성함과 군마의 많음과 아내의 많음은 그러니 다만 솔로몬이 말년에 타락하여 문제가 되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말씀에서 벗어난 것인지를 희화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유와 번성을 신으로 섬기고 있는신자들은 성경 기자의 목소리의 톤을 알아 차리지 못한다. 솔로몬이 받은 축복을 잘 간수하지 못하여 아쉽게 말년에 타락했지만 그 전까지는 신앙의 모범이며 축복의 증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마 그러한 이해는 그들이 처음부터 솔로몬과 더불어 이방 신들을 따르는 길을 걸어왔음을 스스로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한번 연합한 이상 도저히 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대상, 그 대상이 하나님에게 있어서 아무 특별할 것이 없는 우리 임을 기억한다면, 오직 그의 한결 같은 사랑에 소망을 두고 그를 온전히 '붙좇을' 일이다( 1:14;'다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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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대적 (왕상 11:14-25)

 

왕상 2장에서 그의 지혜로 3명의 정적들을 제거했던 솔로몬은 왕상 11장에서 여호와께서 일으키신 3명의 대적을 마주하게 된다(14,23,26). 솔로몬은 자신의 지혜로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그의 나라가 그의 손에서 견고하여 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2:12,46). 그러나 그렇게 아도니야와 요압과 아비아달을 제거/축출하는 그 순간 에돔 사람 하닷이 솔로몬을 위협하는 대적으로 나타난다(21).  

 

애굽에 망명하여 애굽 왕 바로의 동서가 된 하닷은 요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그 순간부터 솔로몬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21,22). 

 

요압이 에돔의 씨를 말리고자 6개월간 에돔에 있었을 때(15,16) 하닷은 아직 작고 어린 젊은이였다(17). 아직 작고 어린 젊은이였던 하닷은 그를 따르는 몇 사람들과 더불어 애굽으로 망명한다(18). 마찬가지로 작고 어린 젊은이였던 솔로몬은(cf.3:7) 왕위에 올라 노회한 다윗보다 더 노숙한 정치적 수단(‘지혜‘)을 통하여 그의 정적을 제거해 나간다. 

 

솔로몬이 애굽 왕 바로의 사위가 되어 그와 혼인 관계를 맺고 있을 때(3:1), 하닷은 (아마도 이미) 애굽 왕의 호의를 얻어 그의 처제를 아내로 맞아 바로의 동서가 되었고(19), 그의 아들은 바로의 아들들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20). 솔로몬이 바로의 딸을 위해 그녀가 머물만한 궁을 건설하느라(3:1;9:24) 20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하닷은 애굽을 떠나 솔로몬의 대적이 되어 살아간다(25). 솔로몬이 애굽의 군마를 사들여 그의 부유함을 과시할 때(10:26-29), 애굽 왕 바로 곁에서 아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던(22) 하닷은 씨가 마르다시피 했을 에돔 땅에 올라가 고생을 자초한다. 

 

강력한 경제, 군사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주변 모든 나라 가운데 평화를 이루었다 생각했을 솔로몬의 나라는 그러나 그의 등극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도록 나라의 북쪽 다메섹과 남쪽 에돔 쪽에서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에돔의 하닷이나 다메섹의 르손은 사실 다윗의 정벌로 인해 그 마음에 원한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주변 나라에 대한 통치 또한 같은 형태의 원한과 억울함을 낳게 될 것이다. 

 

솔로몬은 주변 여러 나라 여인들을 아내로 삼고, 그 신들을 도입하여 섬기는 등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지 않는 정치 종교적 행보를 보여왔다. 주변 나라들과 그의 나라 사이의 관계는 다만 군사 경제적 우열에 의해 갑-을이 결정되는 것일뿐,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그 관계가 역전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과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걸어가야 할 마땅한 길이었을까?

 

솔로몬의 대적(‘사탄‘)은 하닷, 르손, 여로보암이었겠으나, 하나님의 대적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거역한 솔로몬과 그의 나라였을 것이다(9-11). 외부의 적을 제거한다고 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서 하나님을 대적함으로 결국 자신을 대적하는 모습이 지속되는 한 적들은 끊임없이 그 얼굴을 바꾸며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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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11 1-13 (사역)

 

1 솔로몬 왕이 바로의 딸 외에도 모압 여인, 암몬 여인, 에돔 여인, 시돈 여인, 헷 여인 등 많은 이방 여인들을 사랑하였다. 2 이들 민족들에 대해서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미 말씀하셨다.: “너희는 그들과 결혼하지 말고, 그들도 너희와 결혼하게 말라. 참으로 그들이 너희 마음을 돌이켜 자기들의 신들을 따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들을 사랑하였다(/사랑을 끊어 낼 수 없었다). 3 그에게 왕족출신 부인 700명이 있었고, 후궁 300명이 있었다. 그의 부인들이 그의 마음을 돌이켰다. 4 솔로몬의 노년에 그의 부인들이 그의 마음을 돌이켜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다. 그의 마음이 그의 하나님 여호와에 대해 그의 아버지 다윗의 마음처럼 온전하지 않았다.  5 솔로몬이 시돈 사람의 신인 아스다롯을 따라 살아갔다. 또한 암몬 사람의 가증한 밀곰을 따랐다. 6 솔로몬이 여호와의 눈 앞에서 악을 행하였다. 여호와를 따름에 있어 그는 그의 아버지 다윗처럼 온전하지 않았다. 7 그 때에 솔로몬이 모압의 가증한 그모스를 위하여 예루살렘 앞에 있는 산에 산당을 지었다(cf.왕하23:13). 8 그와 같이 그가 모든 이방인 부인들에게 행하였고, 그녀들은 자기의 신들에게 분향하고 제사하였다. 9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분노하셨다. 왜냐하면 전에 그분이 두 번 그에게 나타나셨음에도 그의 마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에게서 돌아섰기 때문이다. 10 그분은 이 일에 대하여 그에게 결코 다른 신들을 따라 살아가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그는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것을 지키지 않았다. 11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말했다. “이것이 너의 길이었고, 너는 나의 언약과 내가 너에게 명령한 나의 규례들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너에게서 떼어내어 너의 종에게 줄 것이다. 12 그러나 너의 생전에는 내가 너의 아버지 다윗을 위하여 그렇게 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의 아들의 손에서 나는 이 나라를 떼어낼 것이다. 13 그렇지만 내가 온 나라를 떼어내지는 않을 것이며, 나의 종 다윗과 내가 선택한 예루살렘을 위하여 한 지파를 내가 너의 아들에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