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제자 (눅5:1-11)

2012년 1월 31일 QT

예수님이 시몬의 배에서 말씀을 전하신다.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한 피곤함과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낭패감 속에서 다음 날을 위해 그물을 씻고 있는 어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몬의 배에 올라타신 예수님은 오늘따라 말씀을 많이 하신다. 길고 긴 말씀이 끝나고, 그물 씻는 일을 마무리 해야 할 때, 예수님은 또 한 번 무리한 요구를 하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신 예수의 말씀이기 때문일까? 시몬은 그 말씀에 순종한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두 배가 잠길 만큼 물고기가 잡힌 것이 아닌가?  예수님은 시몬에게 네가 사람을 취할 것이라는 알듯 모를 듯한 약속/예언/명령의 말씀을 하시며 그를 부른다. 그러자 시몬과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이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른다.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를 읽어 가다가, 갑자기 놀란다. '아니, 안드레는 어디 있는가?'   마태, 마가, 요한 복음을 찾아본다. 안드레가 나온다.

요한복음에서는 시몬 베드로 보다 안드레가 먼저 예수를 만난다. 그 예수를 메시야로 알아보고, 시몬에게 소개 한다.  누가복음에 안드레는 단 한번 이름이 나온다. 열두제자의 이름을 기록하는 자리에서...

누가에게 베드로는 중요한 인물이다. 사도행전에서도 오순절 사건의 중심에 베드로가 있다. 바울의 여행 동지였던 누가에게 있어서, 교회의 반석인 베드로, 이방 선교의 문을 연 베드로,  예루살렘 공회에서 바울과 이방인 선교를 적극 옹호하는 베드로.... 바울과 함께가는 베드로가 중요하다.

그래서 안드레가 사라진 것일까? 본래 존재감이 없는 안드레이기 때문인가? 누가가 기록하지 않은 제자 안드레가, 고기 잡던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는 유명한 장면 속에  오히려 뚜렷이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병이어 소년의 음식을 무시하지 않고 예수께 가져다 준 안드레, 시몬 보다 먼저 메시야 예수를 알아보고, 시몬에게 소개하여, 시몬을 베드로로 만들어낸 안드레,  헬라어에 능했던 빌립이 예수를 만나고자 했던 헬라인들을 데리고 찾아간 사람 안드레... 그들을 예수에게 소개하던 안드레...

누가가 그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가치가 도드라지는 사람, 안드레...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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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를 위한 복음 (눅5:1-11)

                                                                                                                                            2012년 2월 1일 QT

마가와 마태는 예수의 세례-광야 시험-복음 전파 시작 - 제자를 부름 - 각종 병자의 치유와 귀신 축출.... 의 순서를 따른다.

누가는 세례-족보-광야 시험 - 복음 전파 시작 - 귀신 축출과 각종 병자의 치유 - 제자를 부름 의 순서를 따른다.

제자 부름에 앞서 각종 병자와 귀신에 얽매인 자들을 온전케 하신 내용을 둔 것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성령이 부어진 예수의 사역을 더 분명히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가의 시야에 항상 가장 앞에 있는 사람들, 그들은 가난한 자들, 포로된 자들, 억눌린 자들, 눌린 자들이다.

제자를 부름에 앞서 각종 치유 기사를 놓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아니, 제자들의 부름에서도 누가는 '가난한 자들'에게 전해지는 '복음'을 풀어 놓는다.

마태 마가에서 어부들은 그물을 던지고, 그물을 깁는다. 일을 하는 중에 부름 받는다.

누가에서 어부들은 밤새 수고하였으나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채 그물을 씻고 있다.

그들의 고단한 하루와 무거운 눈꺼풀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런 그들의 삶에 찾아와 죄의 짐을 벗겨 주시고, 수고에 답하는 만선을 경험케 하고,

사람을 취하며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허락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눅4:43)을 전하시는 예수님!

누가가 만난 예수님은 그런 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예수 또한 그런 분이시다.

그가 이제 나병 환자를 만나고, 중풍병자를 만나 주실 것이다. 그 만남이 기다려진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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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패러독스)의 복음 (눅5:12-26)

                                                                                                                                                                                             2012년 2월 1일 QT

제자를 부르고 예수가 처음 만난 사람은 온 몸에 나병 들린 사람이다. 예수는 그의 간구를 들어준다. 나병이 즉시 떠나간다.

예수의 소문이 퍼져간다. 나병 환자에 대한 소문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그 소문을 들은 자들, 누구나가 예수께 나아간다.

그에게 가면 어떤 어려움도, 어떤 질병도 나을 수 있다. 그는 어떤 가난한 자, 어떤 병든자도 넉넉히 받아 준다.
심지어 바리새인과 율법 교사들도 각 지역에서 예수를 찾아온다. 한 중풍병자도 예수께 찾아온다. 지붕을 뜯어 그를 예수 앞에 놓는다.

예수는 그를 내쫒지 않을 것이다. 과연 예수는 그들의 믿음을 알아보신다. 그리고 율법학자와 바리새인 앞에서 '죄 용서'를 선언한다.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러 오신 자로서(눅4:19), 예수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가 밝아온다.

'놀라운 일'(파라독사)이 일어났다(눅5:26). 죄인들이 오히려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중풍병자가 오히려 먼저 예수 앞으로 인도되고,

병든 자들이 오히려 먼저 강건함을 입고,  가난한 자들이 오히려 먼저 은혜의 복음을 듣는 '역설'(패러독스)의 일들이

예수를 만난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예수'로부터 흘러 나오는 영광(파라독사)', 그 기이한 현장이 오늘 나의 삶이 되기를! (눅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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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포도주 (눅5:27-39)

2012년 2월 2일 QT

죄인이 오히려 먼저 용서를 받고 은혜를 입는 복음의 역설, 그 새로움을 오늘 예수는 선명한 비유를 통해 확증한다.

예수가 오늘 세리 레위를 '제자'로 부른다(27). 어부들처럼 그도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른다(28).

많은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예수와 함께 앉아 잔치를 벌인다(29).

하나님 나라의 최전선에서 펼쳐진 잔치 자리에, 그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의로운' 바리새인들이 낡은 포도주를 가지고 와 시비를 건다(30).

"묵은 포도주가 부드럽지. 어찌 새포도주 따위를 가지고와?"(39)

그러나 예수가 가져온 새 포도주 - 죄인을 불러 회개케 하고, 병든 자를 건강케 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가난한 자를 부요케 하는 새 포도주에 취할 줄 모르는 그들의 옛 포도주에선 쉰 내가 난다. '다른 이들'을 '죄인'이라 선고하는(30) '금 긋기의 금식'에 갇혀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잔치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는 바리새인들의 포도주에선 쉰 내가 난다. 고인 물은 썩고, 낡은 옷은 찢어지고, 잘못 보관된 포도주는 식초가 된다.

세리를 제자로 부르시는 예수, 거침 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하나님의 은혜 앞으로 부르시는 예수 - 그의 잔치 자리에 불려진 자로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