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것, 나는 그의 것 (아가서 2 8~17)

2012 4 12일 목요일 묵상

여가수의 노래가 이어진다. 그러나 무대는 그녀의 집, 포도원으로 바뀐다(9,15…).
그녀의 집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사랑하는 그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며 노래한다(9). 사랑하면 산도 들도 뛰어서 넘는 법(9). 나 또한 새벽마다, 그녀가 일하던 병원 앞에 가 그녀를 기다렸으니, 작은 산들을 뛰어넘는 어린 사슴의 마음을 어찌 모르랴! 거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그는 집으로 다가와 담장 너머로 안을 엿보며, 창문 너머로 그녀를 부른다. 그는 어찌 담장 너머, 창문 너머로 그녀를 보고, 부르는가? 왕과 시골 여인이란 신분의 차이가 장벽이 되고, 산이 되고 언덕이 되었던가? 그녀의 부모라도 반대하는 것일까? 그들의 포도원을 헐고, 열매 맺지 못하게 하는 여우라도 있는 것인가?(15)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려움은 그러나 오히려 기름 같은 법. 그들의 사랑은 더욱 간절하고, 뜨거워 진다. '낮에 부르는' 그의 '세레나데'는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긴 겨울 마침내 가고, 꽃 내음 가득한 시절! 내 사랑, 내 어어쁜 이! 일어나 함께 가요!"(11-13) "들려줘요, 당신 목소리, 보여줘요, 당신 모습, 피어나는 봄처럼 사랑스런 당신!"(14)....  

 

지난 날을 추억하며, 사랑하는 연인의 목소리를 마음으로 떠올리며(10~14), 여인은 지금 창밖 너머 그를 기다린다(17). 

1장과 2장 사이 둘은 아마도 약혼을 했다.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16) - 공식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속한 사이임을 확인하는 약혼식의 문구를 되뇌이며, 그녀는 그가 신랑으로서 자기를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유대의 결혼식은 대개 밤에 치뤄지니, 신랑은 저녁 무렵엔 신부를 데리러 와야 한다. 신부를 데리고 다시 신랑의 집으로 가면 그곳에서 결혼식이 치뤄진다. 한 1년 정도 지속되는 약혼의 기간! 그녀는 날마나 신랑을 기다리며 창 밖을 내다본다. 그 옛날 연예할 때 한 달음에 산을 넘어 그가 자기에게 왔듯, 오늘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언뜻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유대인들은 '유월절' 축제를 지내며 아가서를 함께 읽었다. 400년을 넘어 이어온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모든 방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건져낸 하나님의 열심을 생각하며 이스라엘은 아가서를 읽고 들었을 것이다. 산도, 들도, 여우도, 어떤 어려움도, 겨울도, 긴 장마도 그 어떤 것도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기뻐하고, 그녀의 모습에 행복해 하는 '왕'의 모습은 하나님의 모습이었고, 창밖너머 그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인은 이스라엘의 모습이었다. 그는 마침내 와서 여인을 데려갈 것인가? 결혼식이 치뤄질 것인가? 시골 여인과 임금의 결혼은 도대체 이루어질 것인가? 유월절을 지내며, 그 답을 이미 갖고 있는 자들로서, 그러나 그들은 기다림의 날들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고백한다. "나를 사랑하는 그는 나의 것 그리고 나는 그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