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쟁 (신2:1-37)

2012-11-05 월요일

광야에서의 38년이 지나고(14), 드디어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3). 가나안 족속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기 전, 이스라엘은 먼저 에돔, 모압, 암몬 자손의 땅을 통과해야 했다(4,8,19).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족속이 거하는 땅이 주어졌듯, 에돔과 모압과 암몬 자손 또한 그들 몫의 땅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아 그 땅을 차지했다(5,9,19). 그러니 그들 중 누구라도 패권을 가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하거나 합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들 각 족속에게 그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터전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이란 말이 있다. 강한 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나머지는 손가락만 빤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각 사람들에게 각자의 삶의 몫을 주셨고, 그것을 힘써 싸워 차지하게 하셨다. 강하다고 다른 자의 몫을 요구할 수 없고, 약하다고 자기 몫의 싸움을 중단할 수 없다. 사실  각자에게 몫으로 주어진 땅을 온전히 점령하고 다스리는 것 만으로도 사람에겐 평생이다. 그런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대신 사람들은 다른 자들의 몫을 빼앗아 가지는 것으로 자기의 싸움을 대신하려 한다. 그렇게 남의 것을 빼앗아 가지고는 정작 해야할 자기의 싸움을 회피한다.  하지만 아니다. 하나님은 에돔과 모압과 암몬과 크레타와 이스라엘 그 모두에게 각자의 삶의 몫을 주시는 그들 모두의 하나님이시다.

 

물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점령당한 가나안의 하나님은 아니며, 에서에게 점령당한 호리 족속의 하나님은 아니냐고(22)... 모압에게 점령당한 에밈 사람의 하나님은 아니며(10), 암몬에게 점령당한 르바임 족속의 하나님은 아니고(20), 크레타에게 점령당한 아위 사람의 하나님은 아니냐고(23).... 맞다.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도 되신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하나님은 누군가의 땅을 빼앗아 누군가에게 주는 일을 행하신단 말인가? 그 대답을 우리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싸움에서 실패했을 때, 이스라엘은 앗수르와 바벨론에 멸망 당하고, 온 땅으로 흩어졌다. 가나안 땅에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가나안 족속이 하나님께서 주신 자기 몫의 싸움을 싸워나가는데 실패했을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통해 그들을 멸하고 그 땅에서 그들을 쫓아 내셨다.

 

하나님은 에돔과 모압, 호리와 에밈, 암몬과 크레타, 르바임과 아위 사람의 하나님이시다. 그렇게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다. 내게 주어진 땅, 골짜기부터 높은 성읍에 이르기까지(36) 마지막 한 뼘까지 철저히 정복하고 다스리는 자로 살아가는데 실패하면서, 다른 이들의 성읍 몇개를 빼앗아 스스로를 장식하는 것은 멸망을 재촉하는 어리석음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존재와 평생 가운데 펼쳐 놓으신 내 몫의 땅을 온전히 정복하여 하나님께 바치는 싸움을 힘을 다해 수행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고자 오늘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