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사람들은 십자가 앞에서 소리쳤고, 조롱했고, 그렇게 하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위한 안전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며? 그렇다면 왜 거기 그렇게 달려있는건데?
남들은 구원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구하지 못 하는구만...
내려와봐, 그럼 네 말을 믿을께...."

사람들은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자기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오랜 기다림의 시간 가운데 생겨난 희망의 형상이었다.
'하나님의 아들'은 하나님과 방불한, 그와 같은 권위와 능력을 지닌 메시야였고,
메시야는 그런 존재여야만 했다.

그동안 군중들은 예수 안에서 혹 그런 메시야의 모습을 보았었다.
그의 능력과 권세있는 가르침...
하지만 그는 어느날 밤 잡혀와 공회의 심판을 받았다.
채찍질로 얼룩진 그의 몸은 처참해 보였다.
그는 마침내 빌라도 앞에 세워졌다.
그를 향한 많은 고발들...
그러나 그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자신을 향한 거짓 증언에 대해,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알아달라고...' 그렇게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였다.
궁중들의 광기... 한 두 마디 말로도 불러 일으켜지는 군중들의 분노....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누군가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거짓말쟁이... 허풍선이...불경건한 자...꿍꿍이 속이 있는 자...'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밖에 적들을 만들어 놓는다.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하면서 자신들의 숨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그렇다, 내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다.
내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나는 이 치욕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나를 십자가에 못박으면서 드러나는 너희들의 그 모든 뒤틀리고, 왜곡된 모습....
그렇게밖에는 달리 자신들의 삶의 자리,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죄로 인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는 자들,
잃어버린바 된 자들...
내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나는 이 십자가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아들이 어떻게하여 자신들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도대체 구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어디서 구원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능력과 힘과 권세...가 아닌
긍휼과 사랑과 섬김과 순종이 '하나님의 아들'의 표지였다.

오랜 세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은
현재의 답답한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네가 옳았다'는 사람들의 승인으로 만족하게되는 그런 최후의 순간이 아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로부터 왔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은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뒤를 쫓아갈 때에야만 맛볼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