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6~8심판을 간직한 땅, 약속을 간직한 땅 ( 6:9-8:2)

 

그 안에 생명의 호흡(바람,)이 있으나 부패한 모든 육체와,  그 육체가 만들어내는 폭력(하마스)으로 부패한 땅을 함께 멸하는 홍수(6:12,13,17)에 대한 기록은 그러나 생각보다 담담하다. 온 땅을 마지막까지 덮은 홍수의 물이 줄어 다시 땅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600세 된 노아가 2 10일 방주에 들어가서 601세 된 2 27일 방주에서 나오기까지의 117일의 기록으로 서술된다.

 

1년 동안 무릇 생명의 기운이 있는 것은 오직 방주 안에만 있고(7:15), 방주 밖 땅의 모든 생명의 기운이 있는 것은 다 죽는다(7:21,23). 그렇게 홍수의 물은, 생명의 호흡이 있음에도 부패한 사람들과 그 육체뿐인 사람들의 폭력으로 인해 함께 부패한 땅을 마지막까지 덮고, 다시 그 땅을 내어 놓음으로 이 땅을 심판을 간직한 땅이 되게 한다. 그러나 이 땅은 그렇게 물의 심판으로 그저 멸해지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물이 감하여 줄어 들 때, 땅은 새 올리브 나무 잎사귀를 피워낸다(8:11). 마치 창조의 그날 물에서 땅이 나오고 그 땅이 식물을 내듯, 그렇게 심판을 간직한 땅은 새로운 생명의 터전으로 나타난다.

 

심판을 통과했음에도 사람은 사실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8:21). 홍수를 통과하고 살 수 있었던 노아와 그 가족들 또한 사람의 마음의 계획하는 바가 어려서부터 악하다는 하나님의 진단에서 예외가 아닌 것은 바로 이들을 통해 인류가 이어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심판을 통과했고, 새롭게 주어지는 생명을 누린다. 그리하여 이 땅은 단지 심판을 간직한 땅이 아닌, 생명에 대한 언약을 품고 있는 땅이 된다(6:18;8:21;9:9).

 

이 땅은 심판과 동시에 생명의 언약을 품고 있고, 이 땅의 생명 또한 심판과 동시에 언약을 품고 있다. 죄로 인해 심판의 자리에 있으나, 언약으로 인해 생명을 누리는 것이 오늘 나의 하루이다. 심판을 간직한 땅에 대해 하나님은 창조의 그날처럼 복을 주시며 번성을 명하신다(9:1). 그렇게 주어진 오늘이다. 부패와 폭력이 아닌 생명을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