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7장 - 신뢰의 이유 (고후 7:2-16)

 

"내가 범사에 여러분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16)

근심과 고통의 날들을 보내며 고린도에서 디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바울의 기다림은 그저 막연한 '기대'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토록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울은 그들을 신뢰했다(16). 문제가 있고 자기에게 많은 아픔을 가져다 준 교회였지만, 그럼에도 바울에겐 그들을 향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디도에게 고린도 교회 성도들을 '자랑'하기까지 했다(14). 그리고 그의 자랑은 진실이 되었다(14). 바울은 그들을 사랑했다.

그리스도인끼리라 해도 서로 신뢰하고, 서로 자랑하고,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 마주치고, 다시 헤어지는 사이에서, 그리스도인은 얼마든지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 자매일 수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부딪치고, 일정 부분씩의 짐을 서로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는, 때로 서로 때문에 고통스럽고, 때로 서로 때문에 애써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일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더욱이 서로를 자랑한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누구보다도 고린도 교회 성도들로 인해 고통을 겪고, 마음이 상했을 바울은 그런데 여전히 그들을 신뢰하고, 나아가 자랑한다. 그들을 사랑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바울의 고린도 성도들을 향한 사랑과 신뢰와 자랑의 근거엔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11. cf. 1:24 - "이는 너희가 믿음에 섰음이라"). 그들은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이 그들을 신뢰하고, 하나님이 그들을 자랑하며,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한다. 그 사실에 대한 신뢰가 바울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바울의 고린도 성도들을 향한 신뢰와 자랑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때로 생각한다. 하나님에게 있어 나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그는 때때로 나를 '자랑'하실까?

바울이 하나님의 마음을 대신 말해준다. "내가 범사에 너를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