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을 품고 사는 자 (겔35:1-15)

2012-10-16 화요일

"네가 옛날부터 한을 품고 칼...에 그들을 넘겼도다."(5) 미움, 노함, 질투(11)....에는 아마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을 품은 데는 아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일을 만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미움과 노함과 질투와 한을 품는 것은 아니다. 
 

세일산(1)의 에돔 족속은(15) 에서의 후예다. 에서는 야곱에 대해 미움과 노함과 질투와 한을 품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야곱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에서는 군사 400명을 이끌고 야곱을 기다린다.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밤 천사와 씨름하느라 다리를 절며, 온 몸에 멍이 든 채로, 먼지 구덩이에서 구른 몰골로, 자기에게 일곱번 절을 하며 오는 야곱을 보며 에서의 마음에 긍휼이 품어진다. 둘은 함께 얼싸안고 울고 또 운다. 둘 사이의 일은 여기서 끝이 나야 했다. 


 그러나 세일 땅으로 돌아와 살아가면서 에서 또는 에돔 족속의 마음엔 다시 억울함과 미움과 노함과 질투와 한이 쌓인다. 한 번 쌓인 한은, 한 번 마음 깊이 새겨지고 곱씹어진 상처와 아픔은, 같이 한 번 얼싸안고 울었다고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몫, 자기 권리라 여겼던 것을 여전히 다른 이가 소유하고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은 깊어진다. 깊어진 한은 마침내 상대방이 죽고, '자기 권리'를 다시 찾은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른 숙주를 찾아 지속된다(12). 한을 품고 사는 삶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 결국은 모두의 황폐함이다(15).

마음에 미움과 노함과 질투가 생겨나는 일이 있을 수 있다(11). 그러나 그것이 오래도록 마음 가운데 자라게 두어, '오랜 한'이 되고, '옛날부터 품은 한'이 되도록 놓아두는 것은 그와는 다른 일이다. 자기 백성에게 공의의 심판을 행하시면서도,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 계셨고(10), 이스라엘의 멸망을 기뻐하는 자들의 소리를 아프게 들으셨다(12). 긍휼, 자비, 마음을 같이 함, 불쌍히 여김..... 심판의 칼을 휘두르실 때, 하나님의 마음에 담겨진 정서는 미움도 노함도 질투도 아닌 사랑이었다. 야곱을 보고 함께 울던 에서의 마음에 품어진 정서 또한 긍휼(불쌍히 여김)이었다. 브니엘! 하나님의 얼굴에 담겨진 마음! 주님, 그 마음을 우리도 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