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1셈의 족보 (11:10-26)

 


셈에서 아브라함에 이르기까지 10대에 걸친 셈의 족보가 이어진다(10,26). 셈에서 벨렉까지 5대, 벨렉의 후손 르우에서 아브라함까지 다시 5대가 이어진다. 벨렉 때에 세상이 나뉘고(10:25), 아브라함 때에 세상 모든 족속의 복을 위한 역사가 시작된다(12:3).

홍수 후 2년, 셈은 아르박삿을 낳는다(10). 홍수로 끝이 나는 창세기 5장 아담의 족보는 ‘9백여 년을 살고 죽었더라‘로 끝이 나지만, 홍수 후 2년, 창세기 11장 셈의 족보는, 그 생명의 년 수가 점점 짧아져도, ‘죽었더라‘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아브라함 안에서 땅에 있는 모든 족속의 복을 꿈꾼다. 하나님은 아브라함 안에서 아르박삿의 형제들인 엘람, 앗수르, 룻, 아람 족속의 복을 꿈꾼다(10:22). 하나님은 벨렉 때 나뉜 세상 모든 족속, 곧 셈과 함과 야벳 모든 자손의 복을 꿈꾼다. 셈에서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족보 안에 땅에 있는 모든 족속이 다 들어와 선다. 홍수 후 2년, 아브라함으로 이어질 셈의 족보 가운데 생명의 역사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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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장 – 데라의 족보 (창 11:27-12:4)


데라의 족보다(27). 6절이라는 짧은 구절 안에 데라 일가족의 삶과 역사가 담긴다. 데라의 세 아들인 아브라함, 나홀 그리고 하란, 데라의 며느리였던 사래와 밀가, 우르에서 죽은 하란이 남긴 자녀들인 밀가, 이스가 그리고 롯 – 한 가족의 삶과 죽음(28,32), 떠남과 머묾(31), 소망과 절망, 기대와 현실이(31) 짧은 여섯 절에 담긴다.


하란은 그가 태어난 곳인 갈데아 인의 우르에서 죽고(28), 데라는 아브라함과 사래 그리고 롯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우르를 떠나나(31) 어찌된 이유인지 하란에 머물러 살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32). 이후 하란은 데라 일족의 고향이 된다(cf.창25:10(나홀의 성, 아람 나하라임), 창25:20(밧단 아람), 신26:5(방랑하는 아람사람)).


하란이 데라의 몇 번째 아들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데라는 우르에서 아들 하란을 잃는다. 자녀가 없었던 아브라함은 그렇다 치고(30) 나홀의 자녀에 대해 언급함이 없는 성경은 그러나 하란의 세 자녀인 밀가, 이스가, 롯은 잊지 않고 기록한다(27,29). 그들이 살아온 삶은 그렇게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데라 가정의 여정에 뭇사람들의 머묾과 떠남, 상실과 찾음, 결핍과 기대, 도전과 멈칫거림, 죽음과 삶이 함께 엮어져 보인다. 고향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며 아브라함을 불러내시는 하나님의 부름 가운데서 그들의 삶은 그러나 그저 흩어져 사라지지 않는다.


아브라함이 살아갈 날도 머묾과 떠남, 상실과 찾음, 결핍과 기대, 도전과 멈칫거림, 죽음과 삶이 함께 엮여질 똑같은 삶이다. 사래도 아브라함도 죽어 묻힐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이 하나 있다. 그가 하나님의 부름을 따라 떠나가면서 그의 평생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잘 살았다거나, 그래서 자식이 더 많았다거나, 그래서 더 높은 지위를 누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이었다는 사실 하나에 그가 ‘복’인 이유가 놓인다(12:2). 떠남의 이유도, 머묾의 이유도 아직 알 수 없지만, 하나님 말씀따라(12:4) 떠나고 머무는 오늘 속에 영생과 복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