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8장 – 메시아와 십자가 (막 8:27-38)


“당신은 메시아입니다”(29). 베드로의 고백 가운데 예수는 마가복음에서 처음으로 메시아(그리스도)로 고백된다(cf.1:1). 자신의 정체에 대한 바른 고백이 나오자 예수는 자신의 고난과 죽음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한다(31). 그러면서 자신이 메시아임을 알리지 말라 경고한다(30).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예수의 메시아됨은 바르게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칠십인역에서 ‘그리스도’라는 단어는 52번 나타나고 대개 제사장, 왕, 선지자와 관련하여 사용된다. 그런데 이들 개념 중 그 어떤 것도 고난 받고 죽는 자로서 메시아를 상상케 하지 못한다. 그런데 예수는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죽는 자로서 메시아로 왔다. 그러니 사실 예수에 대한 메시아 고백은 당대의 메시아 개념 속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했던 베드로 자신 당대의 메시아 개념 속에서 예수를 이해했고, 때문에 고난에 대한 예수의 예언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당대 메시아 개념 속에서 십자가에 죽는 자는 메시아일 수 없었다. -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막 15:32) - 그렇기에 예수는 메시아 고백이 나오자 한편 그 사실을 알리지 말라 경고하는 동시에 자신이 고난 받고 죽는 자로서 메시아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수의 이러한 자기 이해는 다만 메시아의 정체에 대한 선언을 넘어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어진다. 예수 메시아의 백성들은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로 특징지어진다는 것이다(34). 그러나 예수의 십자가가 절망이 아닌 부활로 나타나듯, 그리스도인들의 자기 부인과 십자가 또한 구원의 길로 드러날 것이다(35). 그러니 그들처럼 오해하지 말자.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이 정녕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