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9장 – 옷을 벗고, 옷을 입다 (삼상 19:1-24)

 

구약에서 악한 영(‘루아흐 라아‘)은 사탄이나 마귀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하나님)의 영으로서 여호와에게서 보내져 재앙과 두려움, 속임과 다툼을 낳는다(삿9:23; 삼상16:14; cf.‘속이는 영‘ 왕상22:23;대하18:22). 19장에서 사울은 두 번 여호와(/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힌다(삼상19:9,23,24). 한번은 ‘악한 여호와의 영‘이고(9), 한번은 ‘하나님의 영‘이다(23,24).  ‘악한 영‘에 사로잡힌 사울은 단창으로 다윗을 죽이고자 하고, 예언하는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힌 사울은 사무엘 앞에서 옷을(‘베게드‘) 벗고 예언을 한다(24).

 

‘악한 여호와의 영‘과 예언하게 하는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히기 전에 사울은 요나단의 참된 말을 듣고 다윗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다(6). 그러나 그의 맹세는 그에게 임한 ‘하나님의 영‘에 의해 이리 저리 흔들거린다. 그는 한편 다윗을 죽이려 했고(10), 한편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신다는 말씀을 듣던 시절(10:7) 선지자들과 예언했던 것처럼(10:10)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19:23,24). 그 사이에서 사울의 맹세와 여호와의 영의 임함은 스스로 마땅하다 여기는 바를 스스로의 결심과 각오로 지켜내지 못하는 사울의 모습과 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사울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맹세가 아니라(6) 지금껏 그가 입어왔던 옷(베게드)을 벗는 것이다(24). 사울은 맹세로 옷을 입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불안과 분노, 억울함과 두려움을 그 맹세로 다 덮어 가릴 수 없다.

 

‘겉옷을 포함한 일반적인 의복‘을 뜻하는 ‘베게드‘는 ‘거짓되이 행하다‘를 뜻하는 ‘바가드‘와 같은 뿌리를 갖는다. 웃을 입는다는 표현은 ‘속이다 위장하다‘라는 뜻으로 쉽게 전용된다. 미갈은 드라빔에 옷(베게드)을 덮어 사울의 전령들을 속이고, 사울은 맹세라는 옷을 입어 자신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없음을 가린다(/또한 폭로한다). ‘악한 하나님의 영‘의 임함은 사울에게 새삼스레 악한 마음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울 안에 자신의 말에 대한 신실함이 없음을 드러내는 작용을 한다.

 

하나님께서 보낸 ‘악한 여호와의 영‘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 임하자(삿9:23),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 대하여 거짓되이(‘바가드’) 행한다. 말하자면 옷을 입는다(/또는 가면을 벗는다). ‘악한 여호와의 영‘이 임하자, 그들 가운데 서로에 대한 ‘신실함과 의‘가 없었음이 드러나고, 서로가 서로를 다만 이용하여 왔음이 확인된다.

 

하지만 19장 후반부에서 사울은 그의 옷(베게드)을 벗고, 10장에서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 예언이 끝나고 사울은 다시 자기 옷을 입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만, 그에게 임한 하나님의 영으로 말미암아 어떻든 사울은 그가 왕의 옷을 입기 전에 했던 경험을 반복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그 말씀을 사랑하여 대언하는 자 – 왕의 옷을 입었든 입지 않았든 그가 이스라엘의 선지자고, 이스라엘의 왕이다. 그러니 사울은 스스로 말을 내 뱉는 맹세로 옷 입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버린 (15:23) 자신의 비참함을 인식하고, 옷을 벗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 것이다.

 

때로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옷을 입기도 하고, 벗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입어야 하는 옷은 내가 지어 입은 옷이 아니라, 그가 내게 입혀주는 옷이다. 대제사장 아론은 피와 기름이 뿌려진 옷(베게드)을 입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를 섬긴다(출29:21). 아론의 옷에 뿌려진 피는 그가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그렇게 옷을 입음으로 옷을 벗고, 옷을 벗음으로 옷을 입는 것을, 맹세와 악한 여호와의 영과 대언하는 하나님의 영의 임함이 보여준다.

 

인생을 마지막까지 살아낸 뒤 나는 다윗처럼 말할 수 있을까? - “이는 다윗의 마지막 말이라...... 여호와의 영이 나를 통하여 말씀하셨다. 그의 말씀이 내 혀에 있다.“(삼하23:1-2) – 스스로 옷 입지 말고, 맹세로 스스로를 가리지도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절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가 내게 드러내시고자 하는 바를 따라 나의 속내의 폭로이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말씀의 대언이든 그의 뜻이 내 안에서 드러나되, 그것이 그분의 영광에 대한 찬양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