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들려 주소서 (시 143:1-12)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시편 143편은 사실 참 불편한 시편이다.

칠십인역은 "다윗이 그의 아들에게 쫓길 때"라는 표제를 갖는다.

 

아들에게 쫓기는 자,

어찌 할 줄 모르는 자,

어디로 어떻게 행해야 할지 모르는 자로서(8b), 다윗은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이 변함이 없고, 너를 향한 나의 뜻이 흔들림이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기를 기도한다(8a).

 

자기의 범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 지난 몇년을 생각한다(5). 스스로 풀어낼 재간이 없다.

자기가 죽고 사라지면 그만일까? 아니다. 아니다. 무덤에 내려간들 의의 길이 열릴까?

 

아들과 창끝을 겨누면서, 아들의 범죄에서 자기의 범죄를 보면서, 누가 누구를 단죄하고, 누가 누구를 정죄할까 고통스럽고 혼란스럽다.

"주의 종에게 심판을 행하지 마소서. 주의 눈 앞에는 의로운 인생이 하나도 없나이다."(2)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스스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없으며,

스스로의 길을 의의 길이라 말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2),

지금, 다윗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의의 길'은, 하나님을 신뢰하고(8a), 하나님께 목숨을 내어 맡기는 것이다(8b).

 

"내 목숨을 당신께 들어 올립니다. 내 길이 당신 앞에 있습니다(8b).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 뿐, 당신 말고는 의로운 이가 없습니다.

당신 말고는 이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 내실 분이 없습니다.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아침, 그 아침에 내 귀로, 당신이 보여주시는 의의 길을 보게 하소서(8).

당신의 의로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나를 건져주소서(11)."

 

이 불편한 시편에서, 길 잃은 모든 인간의  현실을 보았던 바울에게서 '그의 인자한 말씀'을 듣는다.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롬3:20. 시143:2)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