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 와 심으셨습니다.
그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한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 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H.G언더우드(연희 전문학교 창설자.초대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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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조선... 그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어둠과 가난한 인습에 묶여 있는 사람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그들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한다면...?
그들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이 우리와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나는 믿는다...
이곳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언더우드의 이 글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낯선 땅, 이곳 독일에 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그 멀고 먼 하늘을 날아 이곳까지 왔는지,
내가 남겨두고 온 사람들, 그들의 눈망울...

하지만 하나님이 이곳에 나를 심으셨음을 기억합니다.

언더우드가 조선 땅에서 보았던 묶여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저는 이곳 독일 땅에서 봅니다. 묶여 있는 가난한 사람들...
고통하고 있으나 고통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그들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한다면....?

스스로 옷 입고,
스스로 자신을 가리고,
스스로 자신을 세우고...
스스로 자신을 치장하고...
마치 집과 정원을 가꾸듯...

자신이 가난한지 알지 못하여 참으로 가난한
부유하고 교양적인...가난한 사람들...

하나님이 낯선 땅 이곳 독일에, 어떻게 나를 옴겨와 심으셨는지를
다시 기억합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