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죽음 전날밤을 마태,마가,누가와는 다르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족식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고, 제자들과의 긴 대화에서 성령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가장 긴 기도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17장을 예수님의 대제사장적인 기도라고 말합니다. 죽음 바로 직전에 남긴 예수님의 마음이 가장 깊고 간절하게 남아있는 기도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도문에서 주님은 교회를 위해 간구하셨습니다. 그 간구의 핵심은 '하나됨'이었습니다. 예수님과 하나님이 하나이듯이 교회가 하나되기를 간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됨은 예수님의 본질을 드러내는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11절. 나는 세상에 더 있지 아니하오나 그들은 세상에 있사옵고 나는 아버지께로 가옵나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21절.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22절.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그들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
          23절. 곧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
교회의 하나됨, 이것은 예수님의 간절한 바램이었고, 교회가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됨을 이룰 수 있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의 한 구절에서 그 실마리를 찾곤 합니다.
          갈2: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막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전인격적으로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참된 하나됨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나의 참된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나는 죽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습니다.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아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내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내가 무엇을 못 하는지, 이러한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의 참된 본질을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본질은 그리스도입니다. 나에게 중요한 분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러하기에 나의 자아에게 중요한 것은 '순종'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보게 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높이게 됩니다. 마음에서 부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나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든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나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더욱 강렬하게. 오히려 말씀의 도구를 가지고, 하나님을 섬기도록 주어진 그 무엇을 가지고, 끊임없이 나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강렬한 자기 주장은 다른 사람을 반드시 비교의 대상으로 끌어와서 옆에 놓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내가 좀더 낫지...
그러나, 나의 죽음을 인정하고 내 속에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 참된 자유와 기쁨이 주어짐을 보게 됩니다.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을 죽음에 내어줌으로, 참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신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기를 바랍니다. 고난 주간 이 길을 가기 위해서 고심하셨던, 그리고 순종으로 그 길을 받아들이시고 골고다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을 좇아, 우리도 저기 멀리 다락에 쳐박아 두었던 우리의 십자가를 꺼내어서 우리의 등에 짊어지고, 나 자신도 보지 말고, 다른 사람도 보지 말고, 오직 그리스도만 바라보면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