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 9월 1일부터 들어가게 될 집 계약이 끝나게 됩니다.

이번엔 집 계약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7월 13일 공동의회 결과 이후,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기숙사에 살고 있고, 아내와 민하가 오려면 집이 필요하기에...

일단 제일 저렴한 가격에서 부터, 여기 저기의 집을 천천히 알아본 결과, 한달 406유로에 52m^2하는 집을 얻기로 결정을하고, 지난 주 목요일(7일) 예약을 하고는, 월요일(11일) 최종적으로 한번 더 집을 보고, 화요일(12일) 집을 계약하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지난 주에 예약을 한 집이 이미 나갔다는 겁니다.
KWG라고 큰 회사이기에 사무실이 다른 곳에도 있었는데
담당자가 잠시 사무실을 비운 사이, 다른 사무실 직원이 열쇠를 가지고 나가 집을 보여주고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끝냈다는 것입니다.

그날 이미 아내랑 민하랑 독일 들어오는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했던터라,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406유로가 벅차긴해도 그래도 마음에 드는 집이기에 결정했는데... 이제는 450유로를 줘도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장 아내가 오기에 9월 1일부터 들어가야할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요일...
갑자기 온갓 부동산 관계 싸이트를 뒤지고,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고 집을 찾아 하루 4-5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제는 좀 이런 식은 그만이어도 좋지 않습니까? 이미 민하 낳을 때, 충분히 겪었고,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은혜를 베푸시는 것도 여러번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그냥 좀 편하게 집을 구하도록 내버려 두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러면서 원망스러운 말투로 투덜거리며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숱하게 이메일을 보냈고, 전화를 했으며, 집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오후, KWG 에  속한 집을 보러 갔을 때, 집을 보여주던 직원 여자분이 특별히 친절하였고, 저에게 여러 집을 더 보여준뒤, 당신에겐 Helgoland 말고는 다른 집이 없을 것 같으니, 그 집을 보려면 목요일날 KWG사무실에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목요일 아침, 다른 집을 보러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Helgoland 거리를 가서 보았는데, 어떤 집이 KWG 소속인지 알 수 없었고, 거리 윗쪽이면 그나마 좋겠지만, 거리 아랫쪽이면 교통면에서 쫌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거리 자체도 쫌 오래 되었고, 집들도 100년 이상씩 되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저는 그냥 헬골란트는 마음에서 접기로 하고, 다른 집들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집이 구해지지 않아, 이전에 계약하려던 집과 같은 단지이지만 좀 더 비싼 415유로짜리 집이라도 들어가겠다고, 시내에 있는 KWG 사무실에 갔습니다. 가서 내가 이미 예약을 했음에도 집 계약을 못했노라고, 하지만 415유로짜리 집이라도 보겠다고 얘기하자, 사무실 저 안 쪽에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헤어 홍, 당신한텐 헬골란트말고는 다른 집이 없어요"
그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 보니, 전에 내게 집을 소개하면서 '헬골란트'를 소개해주던 여자 직원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3번 더 그곳 사무실을 방문 했지만, 그 이후엔 단 한번도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정확한 주소를 묻고, 집값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서 확인해 보니, 헬골란트 거리의 윗쪽에 있는 집으로, 그래도 최근에 지어진 집이었고, 밖에서 본 모양이 좋아 보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 값.... 360유로...

약속을 하고 토요일 집을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본 집 중 가장 좋았습니다. 56 m^2.
당장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오늘 사무실에 제출했고 내일 최종적으로 싸인을 하면 끝이 납니다.

결국 우리는 집 구조나 상태, 크기도 더 좋으면서, 가격도 본래 계약 하려했던 곳 보다 46유로 나 더 싼 집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경제력과 사정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예약을 했음에도 집이 나가게 하시더니, 결국 우리에게 가장 적절하고 좋은 집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사실이지 그 땐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미 비행기 표까지도 다 예매한 상황이었고, 집도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반 나절 사이로 집을 놓쳐버렸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때 이미 우리가 거할 곳을 준비해 놓고 계셨던 것입니다. 장막칠 곳을 미리 정하시고, 우리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또 한 번 큰 목소리로 제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에게 더할 것이다"
"네가 신경쓰고, 전력해야 할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건 내가 다 알아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 나라와 내 의를 위해 전력을 다 하기만 하면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한히 베풀어지는 은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조건도 이유도 내게 없지만, 내게 은혜 베푸시는 자로 인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내게 이유와 조건이 있어 베풀어지는 은혜가 아니기에, 이 은혜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평생 동안... 내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