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8장 - 솔로몬의 성전, 하나님의 성전 (왕상 8:1-11)

 

솔로몬이 다윗 성에서 언약궤를 옮겨와(1) 그가 지은 성전의 성소에 놓는다(6). 솔로몬이 다윗 성에서 옮겨 온 것은 그런데 언약궤만은 아니었다. 솔로몬은 바로의 딸을 다윗 성에서 옮겨와 그녀를 위해 건축한 그녀의 궁에 머물게 한다(9:24). 솔로몬에게 보다 중요했던 이동은 어떤 것이었을까? 언약궤의 성전으로의 이동이었을까? 아니면 바로의 딸의 왕궁으로의 이동이었을까?

 

열왕기에서 솔로몬의 기도는 7년간의 성전 건축이 끝나고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년 간의 성전-궁궐 공사 이후 이루어진 것처럼 읽혀진다. 왕궁 건축 이후에야 비로소 언약궤를 들여오고 성전 봉헌식을 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열왕기 기자의 기록을 그대로 따라가면 솔로몬의 성전 봉헌식과 언약궤의 이동, 유명한 기도 등은 성전뿐 아니라 왕궁 건설이 끝난 이후에야(7:1-12) 이루어진다. 솔로몬의 기도가 끝나고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 그의 기도에 대해 언급하신 때(9:1-9) 또한 솔로몬이 성전과 왕궁 건축하기를 마친 때였다(9:1;cf.역대기는 이와 다르다). 열왕기에서 솔로몬의 성전은 말하자면 왕궁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셈이고, 왕궁의 완성과 더불어 언약궤와 바로의 딸이 다윗 궁에서 옮겨졌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솔로몬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던 모든 것을 마쳤다고 말하는 대신 솔로몬이 자기가 원하던 모든 것을 마쳤다고 굳이 이야기하는 열왕기 기자의 시각 속에서(9:1) 중요한 것은 사실 솔로몬의 성전도 그의 왕궁도 아니다. 자기가 이루기 원하던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이루어 놓고는 ‘하나님께서 다 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8:15) 솔로몬의 모습이 탄식을 낳지만,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도 결국 자기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인생의 헛된 시도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영광을 담아내시는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행하심이 탄식할 수밖에 없는 오늘을 사는 열왕기 기자의 소망이었을 것이다(10,11).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끊임없이 흘려듣는 솔로몬과 그 백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의 성전이 내던져지고, 그가 자랑 삼던 야긴과 보아스도 바벨론으로 옮겨진 때에도(왕하 25:13-17) 그러나 여전히 소망이 있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도 하나님은 측량할 수 없는 행하심으로 탄식 가운데 있는자들에게 당신의 임재를 나타내셔서 그들을 당신의 성전으로 삼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