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유언과 '솔로몬의 나라' (왕상 2:1-12)

 

죽을 날이 임박하여 다윗이 그 아들 솔로몬에게 주는 마지막 말은 생각 외로 사사로운 은원에 대한 것이다. 물론 다윗은 먼저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말한다(3,4). 그러나 이어지는 다윗의 유언은 앞선 말과 그리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그의 지혜(!)로 요압과 시므이를 죽이고, 바르실래의 아들들을 선대하라 말한다. 

 

요압은 다윗에게 있어 내칠 수도 품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요압이 아브넬과 아마사를 죽임으로 다윗은 요압을 견제할 수 있는 자들을 잃었고 요압은 다윗에게  더욱더 다루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 처리할 수 없었던 요압의 처리를 솔로몬의 지혜에 맡기며 다윗은 그것을 정의라고 생각했을까? 

 

다윗은 또한 그의 지혜를 사용하여 시므이를 제거하라고 솔로몬에게 말한다. 시므이에게서 받은 모욕의 느낌을 그는 내내 떨쳐 버리지 못했다. 그의 속마음은 몇번이나 시므이를 죽였을 것이나 자신이 했던 맹세로 인해 그리 할 수 없었다. 이것이 다윗의 맹세 뒤에 웅성이는 그의 본심이었다면,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겠다던 그의 맹세에 담긴 마음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순간,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면서, 다윗은 여전히 원한, 상처, 억울함, 모욕감을 풀지 못한다. 본인도 안다. 자신과 그 자손이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진실히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면 그 왕위가 견고하게 될 것임을(4)... 그럼에도 그가 솔로몬에게 걸어가라 하는 길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히 살아가 하나님께서 그 나라를 견고케 하는 길이 아니라, 자기의 지혜로 정적을 제거하고,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솔로몬의 나라‘는(12) 과연 ‘견고‘할 수 있을까? 견고한 듯 보였던 그의 나라는 결국 분열되고 갈라질 것이다. 그 적나라한  길을 열왕기 기자와 함께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