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청지기 (누가복음 16장 1절-13절)

2012년 3월 11일(일) 묵상

 '두 아들 비유' 이후 예수님은, 뜬금없이, 제자들을 향해 한 비유를 말씀하신다. 그 유명한 불의한 청지기 비유다. 불의한 청지기 비유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그리고 그 결론 또한 극히 명확하고 단순하다. 사람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것이다(13).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불의한 재물'(9,11), '불의한 청지기'(8) 라는 표현이다. 불의한 재물이란, 세상의 '재물' 그 자체가 불의하다는 것인가? 불의한 청지기가 불의한 이유는, 이전에 그가 주인의 재물을 낭비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주인의 재물로 자기 미래의 안전을 위해 '불의한 거래'를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둘 다인가? 등등의 물음이 '불의한' 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잇달아 ...떠오른다. 문제를 단순하게 하기 위해, 몇몇 대조 쌍들을 모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 청치기(1) - 주인의 소유로 지혜롭게 행한 청지기(8) /  세대의 아들들(8) - 빛의 아들들 (8) / 불의의 재물(9) - 친구 (9)
지극히 작은 것(10) - 큰 것(10) / 불의한 재물(11) - 참된 것(11)  / 남의 것(12) - 너희의 것 (12) / 재물(13) - 하나님 (13)

비록 이 청지기가 그동안 주인의 재물을 낭비했지만(1), 결정적인 순간 그는 자기에게 더 유익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재물을 사용했다(8). 주인의 재물을 맡고 있는 청지기로서, 그는 주인의 재물을 사용하여 일종의 '선심'을 쓰고, '자선'을 베풂으로 '재물'이 아닌 '사람'을 얻고자 했다(9). 그것이 더 장기적인 투자라 생각했다(9). '주인의 재물을 갖고 튀기'보다, '주인의 재물을 사용해 친구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최소한 지금 이 '불의한 청지기'는 주인이 '지혜롭다'고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물'을 '사용'했다. 그 동안 이 '청지기'는 작은 것, 불의한 것, 남의 것에 사로잡혀 주인의 재산을 낭비했을 뿐 아니라 자기 삶 또한 낭비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보다 큰 것, 지속적인 것, 자기의 것을 선택했고, 주인은 그것을 '지혜롭다' 칭찬했다.

결론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의가 없는 재물'에 사로잡혀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의가 있는 하나님'께 사로 잡혀 인생을 가치있게 살라는 것이다.
재물이 사라졌을 때 우리에게 의리를 지킬 일이 없는 '의리 없는 재물'(9)이 아니라,
재물이 사라졌을 때 우리를 맞아 줄 '의리 있는 사람들'(9)을 위해 '의롭게=충성되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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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는 사람들 (누가복음 16장 14절-31절)

 2012년 3월 12일 (월) 묵상

스스로 옳다 여기는 자들(15) 곧 하나님 나라에 이미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새삼스레 그 나라에  침입해(16) 들어갈 수 있을까?

자기들이 이미 하나님의 백성이라 생각하는 바리새인들은, 적법하게 이혼할 수 있는 이유의 한계를 정하며,

그 한계 안에 들어와 있는 자들은 하나님의 백성이고, 그 한계 밖에 있는 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는 일종의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혼증서를 써 줄 수 있는 근거로 들먹여지는 신24:1의 '수치'에 대한 느긋한 논쟁 속에 저들이 호화로운 옷을 입고(19), 돈을 벌며(14), 즐기고 있는 동안,

집 밖에 나사로는 상처 입은 몸으로 굶주리며 죽어 가고 있었고, 수 많은 여인들은 '합법적으로' 버려진채 고통스러운 삶을 감내하고 있었다.

모세와 선지자들이 했던 이야기, 저들이 들어야만 했던 이야기(31)는 '수치'의 내용에 대한 거래가 아니라, '결코 아내를 버릴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18). 

 

하지만 이제 예수와 더불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전파되고 있다.

예수와 더불어 임한 하나님의 나라는, 경계 안 쪽에 있다고 여기며 경계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자들의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그 나라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는 자들의 것이다.

저들에 의해 경계 밖으로 밀려난 자들, 화려한 잔치집 밖으로 쫓겨나 굶고 있는 자들, 거기서 하나님의 은혜만을 갈망하는 자들,

그리하여 그 나라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는 자들! 하나님 나라는 바로 그들의 것이다.

나는 경계 어디 쯤에서 서성대고 있는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그 나라 안으로 내 전부를 밀어 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