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호보암과 왕의 길 (왕상 12:1-20)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먼저 애굽에 있던 여로보암을 불러 올려 그와 함께 르호보암을 찾아 간다(2,3). 가서 솔로몬이 지운 무거운 멍에와 고역을 가볍게 해달라고 요구한다(4). 르호보암은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더욱 무거운 멍에를 지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11). 그러자 이스라엘은 르호보암을 떠나 여로보암을 왕으로 삼는다(20). 그러나 만일 르호보암이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다면 그들은 과연 르호보암을 왕으로 섬겼을까?
 
르호보암은 노인들과 어린 사람들의 조언을 각각 듣는다. 솔로몬과 함께 했던 노인들은 ‘오늘 이 백성의 종이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하면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7). 르호보암과 함께 자랐던 어린 사람들은 ‘그들의 멍에가 아직 충분히 무겁지 않으니 그들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10,11). 르호보암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어린 사람들의 조언과 같은 말로 대답한다(14). (이때 르호보암은 이미 41살이다)
 
르호보암은 어리석어서 지혜로운 노인의 조언이 아닌, 어리석은 어린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던 것일까? 노인들의 조언은 과연 지혜롭고, 어린 사람들의 조언은 과연 어리석었던 것일까?
 
솔로몬 때로부터 그 지위를 유지해왔던 노인들은 이미 갖고 있는 자신들의 지위와 권리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자리에서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답을 하였던 것이고, 르호보암과 함께 자랐던 어린 사람들은 이미 자리잡고 있는 노인들의 기득권을 흔들어 자신들이 지위와 세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답을 하였던 것일 뿐, 누가 지혜롭고 누가 어리석다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자기들을 대신하여 앞서 나가 싸워줄 일종의 해결사로서 왕을 구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해(cf.삼상8:20) 결국 그들은 왕의 종이 될 것이라고 했던 사무엘의 말처럼 지금 이스라엘과 르호보암은 서로 종이 되라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신명기 17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왕은 형제들 가운데서 세워져야 하고, 왕은 그 마음을 형제들 위에 높이지 말아야 한다(신17:15,20). 그러한 왕과 백성의 관계는 오직 왕과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경외하며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갈 때에야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과 여로보암은 자기 욕망을 따라 좌로나 우로 치우쳐 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좌우가 나눠지고, 말씀은 자기 욕망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될 뿐이다. 그 결과는 누군가의 종이 되든지, 누군가를 종 삼든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은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시고, 그는 결코 자기 백성을 종으로 대하지 않으시며, 그의 통치를 통해 해방과 자유를 주는 분이시다. 왕의 길은 백성의 종이 되거나 백성을 종 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의 종이 되어 그분의 왕되심을 먼저 인정하고 백성을 자유케 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 곽면근 목사님(더누림교회)의 열왕기상 강해 설교에서 받은 영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 열왕기 강해 뿐 아니라 사도행전 강해도 좋은 시각을 열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