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1장 - 아도니야 (왕상 1:1-27)

 

사로잡혀 간 지 37년, 유다 ‘왕‘ 여호야긴이 ‘감옥‘에서 나와 ‘왕‘으로서 대접을 받는다는 기록으로 끝이 나는(왕하 25:27ff) 열왕기서는 70세가 되어 자기 몸의 온기조차 간직하기 어려운 다윗 ‘왕’의 상황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1). 어찌하여 유다와 이스라엘이 망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소망이 남아 있는지가 중요한 물음이었을 열왕기 기자는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 막을 열면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유일한 왕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그들의 소망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윗의 넷째 아들이었던(삼하3:4) 아도니야가 스스로를 높여 왕이 되겠다 말하면서(5) 왕위 계승을 둘러싼 분열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다윗과 함께 했던 한쪽 세력이 숙청되면서 권력 관계가 재편된다. 그 이름의 뜻이 ‘나의 주님은 여호와다‘였던 아도니야가 ‘스스로를 높여‘ 왕이 되겠다고 한다. 그러자 다윗과 불편한 관계 속에 있었던 군대장관 요압과 그 휘하의 장수들이 아도니야에게 줄을 댄다. 그뿐 아니라 제사장 아비아달 또한 아도니야 편에 선다. 놉 땅의 살육에서 살아 남아 지금껏 내내 다윗 곁에서 그를 섬겼던 아비아달이 아도니야 편에 선 이유는 제사장 사독과의 관계의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독을 밀어내고 그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망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그렇게 누구 보다 위에 있어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등장과 더불어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또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솔로몬을 중심으로 나단이 밧세바와 사독과 브나야를 모아 다윗을 움직여 신속하게 솔로몬의 즉위식을 치름과 동시에 아도니야 쪽의 움직임을 제압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된다. 솔로몬은 아도니야와 요압을 제거하고, 제사장 아비아달의 직을 파하며, 다윗의 왕권을 비난했던 시므이를 제거하면서 그의 왕권을 공고히 한다(2:46).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열왕기서 기자는 아무런 평가가 없다. 열왕기에서 하나님은 솔로몬이 애굽 왕 바로의 딸과 결혼한 이후 ‘산당‘에서 일천 번제를 드린 때에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 그에게 ‘다윗과 같이 하나님의 법도와 명령을 지킬 것‘을 명령하시기까지(3:14) 그 이전의 솔로몬의 즉위와 그의 왕권을 위해 행한 일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다.

 

솔로몬이 참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길은, 다윗이 지명하고 정적을 제거하여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여호와가 참 주인임을 기억하고, 그의 법도와 명령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쪽이 살기 위해 한쪽이 다 죽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만으로 정당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왕이 되고자 했던 아도니야나, 그에게 줄을 대어 권력을 이어가고자 했던 요압이나, 사독에 밀리지 않고자 아도니야 쪽에 붙었던 아비아달보다 솔로몬, 브나야, 사독 그리고 나단이 더 선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왕이 되어야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세상 가운데, 비록 왕은 되지 못하더라도, 여호와만이 주님이심을(아도니야) 아는 자에게는 온 땅을 다스리는 왕이 있다. 그것이 인생을 통해 사로잡혀야 하는 하나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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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1장 11절~ 27절 (사역)

 

11 나단이 솔로몬의 어머니 밧세바에게 말했다. “당신은 핫깃의 아들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음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우리 주 다윗은 (그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12 이리 와서 내가 당신에게 조언을 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의 목숨과 당신의 아들 솔로몬의 목숨을 구하십시오. 13 일어나 다윗 왕에게 나아가 그에게 말씀하십시오. ‘나의 주 왕께서 여종에게 네 아들 솔로몬이 내 뒤를 이어 왕이 되고 그가 내 왕좌에 앉을 것이라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습니까?‘라고 하십시오. 14 보소서, 당신이 여전히 거기서 왕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내가 당신 뒤에 들어가서 당신의 말에 힘을 더하겠습니다.“ 15 밧세바가 침실에 있는 왕에게로 나아갔다. 왕은 매우 늙었고, 수넴 여인 아비삭이 왕을 시중들고 있었다. 16 밧세바가 왕에게 굽혀 절했다. 왕이 말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소?“ 17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내 주여, 당신께서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며 ‘네 아들 솔로몬이 나를 이어 왕이 될 것이며, 그가 내 보좌에 앉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제, 보십시오.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는데 내 주 왕 당신께서는 알지 못하십니다. 19 그가 수소와 살찐 송아지와 양을 많이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왕의 모든 아들들과 제사장 아비아달과 군대장관 요압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종 솔로몬은 그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20 그러나 당신, 내 주 왕이여, 모든 이스라엘의 눈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누가 내 주 왕 당신을 이어서 보좌에 앉을지 말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1 그렇지 않고 만일 내 주 왕께서 조상들과 함께 누우시면 나와 내 아들 솔로몬은 죄인이 될 것입니다.“ 22 보라, 그녀가 아직 왕과 말을 하고 있을 때에 선지자 나단이 왔다. 23 그들이 왕에게 말했다. “보소서, 선지자 나단이 왔습니다.“ 그가 왕 앞으로 나아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왕께 절하였다. 24 나단이 말했다. “내 주 왕 당신께서 아도니야가 내 뒤를 이어 왕이 되고 그가 내 보좌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25 그가 오늘 내려가서 수소와 살찐 송아지와 양을 많이 잡았습니다. 그가 왕의 모든 아들들과 군대 장관들과 제사장 아비아달을 불렀습니다. 보십시오. 그들이 그 앞에서 먹고 마시며 아도니야 왕 만세를 외쳤습니다. 26 그러나 당신의 종 나와 제사장 사독과 야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와 당신의 종 솔로몬은 그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27 이 일이 내 주 왕에게서 비롯된 것입니까? 당신께서는 당신의 종에게 누가 내 주 왕을 뒤이어 보좌에 앉을지 알려주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