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민수기 9장 – 움직이는 하나님의 거처 (민9:15-23)
구름 네비게이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구름이 성막에서 떠오르면 이스라엘도 떠날 준비를 하고, 구름이 가다 멈추면 이스라엘도 멈춰 서야 한다(17). 이동의 속도와 방향, 체류의 기간은 오직 하나님이 정한다. 하루 이틀 한달 또는 일년이든 구름이 머무는 만큼 머물고(22), 구름이 움직이면 언제든지 바로 떠나야 한다(22).
그 때, 이스라엘의 머묾과 떠남을 지시하는 구름은 언제나 성막 위에 있었다. 짧은 본문에 ‘성막‘(‘미슈칸‘)이라는 말이 7번 쓰인다(15(*3),18,19,20,22). 독일어권 성경은 여기에 쓰인 ‘미슈칸(=거처)‘이라는 단어를 ‘텐트‘가 아닌 ‘집(‘Wohnung‘)으로 옮긴다. 회막(만남의 천막), 성막(거룩한 천막), 증거의 성막(언약궤 위 속죄소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천막) 등으로 쓰이는 것과는 다른 울림을 갖는'미슈칸'(거처,집)이 이동을 나타내는 문맥에서 7번 쓰인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어디를 가든 움직이는 하나님의 거처, 그가 거하는 집인 셈이다.
부모와 산다는 것이 부모의 말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듯 하나님과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이상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수가 없다. 본문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라는 말 역시 7번 사용된다(9:18(*2),20(*2),23(*3)).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후 40일의 정탐 끝에 하나님의 말과는 다른 말을 내뱉고는 그 말대로 40년을 광야에서 방랑하다 죽게 된다(14:28). 물론 다른 이들이 있었다. 여호수아와 갈렙, 마음에 성실한 대로 대답한 말이(수15:7) 곧 하나님의 말이었던 그들, 그들은 자신들의 입술의 고백대로 가나안 땅에 들어간다, 아니 이미 광야 그곳에서도 약속의 성취를 맛보는 자들로 살아간다.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넥타이 색깔을 고르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선택은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갈지 말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구름 네비게이션의 인도를 따라 길을 간다. 사실이지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운 광야에서 인도하심을 벗어나 길을 간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광야 길은 정해진 훈련의 코스를 밟아가는 것이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나님의 말을 신뢰하고 그 말을 따라 걸어갈 것인가, 하나님의 말을 불신하고 그 말을 외면하고 걸어갈 것인가의 선택뿐이다.
40년 동안 하나님이 거처를 옮기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그와 함께 살아가는 자로서, 누구의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지,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