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1이방 땅에서 살아가기 (1:1-21)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문화와 종교와 언어가 다른 세상 가운데서 율법을 지키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야 하는 도전 앞에 선다. 고국 땅을 떠나 성전 중심의 삶을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정결법을 따라 온전히 살아가기 어려운 일상의 환경 가운데서 어떻게 율법을 따라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B.C. 586/7년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였을 것이다. 다니엘은 이 물음에 하나의 대답을 준다.

 

다니엘은 왕이 주는 음식이라 먹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었다. 다니엘이 거부한 고기는 이방 신전에 바쳐졌던 것이었고 그렇기에 고기를 먹는 것은 일종의 우상숭배를 의미했다. 그가 거부했던 것은 그러니 이방 사람 자체거나 그들이 이루어 온 문화 자체가 아니었다. 다니엘은 오히려 이방 땅에 거하며 이방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이방 나라의 관리로 살게 된다.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인 고기를 먹는 문제는 이후 신약시대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였다. 유대인 됨과 하나님의 백성 됨의 외연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복음의 선포 이후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은 상대화된다. 하지만 다니엘이 살던 시기는 아직 그 이전이다. 다니엘은 흩어진 이방 땅에서 이방인처럼 살기보다 유대인처럼 살기를 선택한다(8). 다르게 살기를 선택한다. 

 

이방인들에게 유대적 삶의 방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방인들의 삶의 방식을 멸시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살되 자기의 것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기의 것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면 같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르게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다르게 산다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제가 아닌 함께 사는 삶을 오히려 가능케 한다. 하나님은 유대인들만의 하나님이 아닌 온 땅과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고레스왕 원년에 이르도록(21) 이방 땅에서 살아가는 다니엘의 삶을 통해 10배나 더한 그의 지혜를 만날 수 있기를(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