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자는 나처럼 사랑한다 (요13:1-38)

 

이 밤이 지나면, 열 두 명의 제자 중 한 명은 자신을 팔고(21), 한 명은 자신을 세 번 부인할 것이다(38).

그 밤 스승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모든 제자들의 발을 물로 씻고, 수건으로 그 발을 닦아 준다(5).

마음이 고통으로 휘저어지는 제자들과의 마지막 밤(21), 스승은 제자들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한다(1).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거나, 섬기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 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데, 내가 그래도 이런 사람인데, 너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결코 섬김이나 사랑의 자리에는 설 수 없다. 그런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자기 과시거나 자기 만족일 뿐 '사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먼저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염려하며, 상대방이 온전한 자리에 서기를 바랄 뿐 아니라 기꺼이 그의 부족과 더러움을 씻어주고 감당한다(10).

 

나도 다른 예수의 제자 처럼 예수의 사랑을 받아 그의 제자가 되었다.

내 더러운 발을 '더럽다' 말하는 대신, 그 발을 씻어 주는 '사랑'을 받은 나는, 그 사랑 때문에, 그렇게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 사랑을 받고도 제자들은 아직 도대체 자신들이 받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7). 스승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던 베드로도(37) 지금은 스승의 길을 따라갈 수 없었다(36). 스승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하고 난 뒤, 더러워진 것이 발뿐이랄 수 없었던 그를 찾아와, 식탁을 차려놓고 그의 부끄러움을 씻어주는 사랑을 다시 만나고야, 그는 스승처럼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21:19).

 

아직도 발을 더럽히고 다니는 나는, '너는 온 몸이 깨끗하다'(10) 말해주며 내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사랑 때문에 오늘도 살아간다. 스승 예수가 말한다. 나의 제자는 나처럼 사랑한다...(34-35). 지금은 아니라해도 후에는 자기를 따라 올 것이라 믿어 주시는(36)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