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요 8:1-59)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 의해 예수께 이끌려 온다(3). "모세는 이런 경우 이 여자를 돌로 치라 하였는데 당신은 어떻게 말하느냐?"(5) 단순한 해석의 문제라면 바리새인들 사이에도 있었으니 이는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을 묻는 물음이 아니다. 앞서 예수는 안식일에 일하지 말 것을 명한 모세 율법 이전에 할례의 법이 있어 그것이 우선하듯이(22),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는 율법 보다 '온전하지 않은 것를 온전케 하는 창조와 안식의 법'이 상위법임을 선언하였다(23).그래서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끌고와서 모세의 율법을 다시 한번 거론했던 것이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7)는 예수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다 돌아간다. 아무도 그녀를 정죄한 자가 없었고, 예수도 그녀를 정죄하지 않았다. 간음하지 말라 - 모세의 일곱번째 계명은 이렇게 무시되어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무시된 것은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이 아니다(11). 예수의 대답은 간음이 죄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며, 그에 대한 형량이 죽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님의 말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서 귀결되는 결론은 - 하나님은 지금 죄인에 대한 처벌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에 대한 형집행을 나 또한 지금 너에게 선고하지 않겠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갔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죄인임을 선고한 것이다. 어떠한 행동이 죄로 판결되면 마땅히 그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판결은 곧 형량을 정하여 집행함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여인에게 형벌을 가하지 않았고, 예수 또한 그녀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죄'에 대한 선고는 이미 내려졌으나, 그에 대한 처벌은 유예되었다.

 

'모세는 이런 경우 돌로 치라 하였는데 당신은 어떻게 말하느냐?'는 바리새인들의 물음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죄 가운데 있는 자들에 대한 처벌이 유예되었다'는 것이다. 간음죄에 대한 처벌, 곧 돌로 치는 형 집행이 유예되었다. 형 집행이 유예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이킬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집행 유예 기간동안 죄를 지으면 선고된 형벌이 집행된다. 그러니 그녀는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11).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갈 때 그들 스스로 인정했듯 모든 사람들은 죄 가운데 있다(21,24,34). 그들에 대한 형집행은 그런데 지금 유예되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 동안 범죄하지 않는다면 형은 집형된 것으로 인정되고, 그들은 자유자가 된다. 그런데 예수는 집행유예가 실효를 발휘하는 한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너희가 만일 내가 그인 줄 믿지 아니하면 너희 죄 가운데서 죽을 것이다"(24). 그들이 예수를 믿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한 형은 본래대로 집행될 것이고, 그들은 죄 가운데서 죽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예수를 믿는다면 그들에 대한 형벌은 집행되어진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그들은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32). 사실 형집행은 단순히 유예된 것이 아니라 예수가 십자가에 들릴 때에 이루어질 것이다(28).

 

무엇이 이리 복잡한가? 그것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요3:16).

 

'내가 그인 줄 믿으면 너희가 죄 가운데서 죽지 않을 것이다."(24) '내가 십자가에 달릴 때 너희는 내가 그인 줄 알게 될 것이다."(28)

'내가 그다'라는 말은 헬라어로 '에고 에이미'다. 이는 출3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이름이다. 그러니 24절과 28절은 이렇게 읽힌다. "너희는 십자가에 달린 나를 볼 때, 하나님이 너희를 대신해 십자가에 달렸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알아볼 때 너희는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십자가에 달린 내게서 너희 죄를 담당한 하나님을 볼 수 없다면, 너희는 스스로 선고한 대로 죄 가운데 있을 것이며, 그 가운데서 멸망할 것이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돌로 쳐서 죽이지 못했던 사람들이(5,9) 하나님인 예수를 돌로 치려한다(59a).

사람들 손에 죽임당한 예수의 십자가에서 한 소리기 들려온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