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길 (계12:1-17)

 

여인과 용(1-6), 미가엘과 용(7-12), 여인의 자손들과 용(13-17) 사이의 전쟁이 '신화적 언어'를 통해 그려진다. 본문은 유명한 레토(여인)-아폴론(아이)-퓌톤(용=뱀) 사이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요한 또한 이 이야기를 알았을 것이다. 레토가 낳을 아폴론이 자신의 죽음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퓌톤이 레토를 죽이고자 한다. 레토는 이를 피해 광야 같은 곳을 떠돌다 마침내 아폴론을 낳게 되고, 아폴론은 낳은 지 4일 만에 퓌톤을 죽여 예언을 성취한다. 물론 아폴론-퓌톤 신화는 출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한 전형적인 영웅 신화의 패턴을 따르는데 반해, 계시록의 이야기 속에서 여인이 낳은 아이는 출생 직후 하늘로 취해져 바로 보좌에 앉혀지고(5), 오히려 그 여인의 다른 후손들이 고난 중에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10). 이 때에 여인의 후손들의 승리는 용을 죽이는 것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용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예수의 증거를 지켜내는 것을 통해 얻어지니(11,17), 아폴론-퓌톤 신화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하늘에서 미가엘과 용 사이의 전쟁이 벌어진다(7). 용과 그의 무리들이 패하여 마침내 하늘에서 땅으로 내어 쫓김을 당한다(9).그런데 미가엘의 이러한 승리는 하늘 군대의 강력함 때문이 아닌, '여인의 자손들' 곧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의(17) 생명을 아끼지 않는 증언을 통해 얻어진다(11). 죽임을 당한 것은 용이 아닌 성도들인데, 하늘에서 패배하여 쫓겨난 것은 천사가 아닌 용과 그 무리들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승리는 기이하게도 - 남을 죽이는 것을 통해서 오지 않고, (예수를 위해) 내가 죽는 것을 통해 온다. "[2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25]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26]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요 12: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