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인생 (겔 23:1-49)

2012-09-29 토요일

하나님이 사람이 되었을 때, 요한은 예수가 천막을 쳤다고 표현했다(요1:14).

하나님도 이 땅의 삶을 위해 천막을 쳤다면, 사람의 인생도 천막을 치고 사는 천막 인생이다.

 

겔23장에서 에스겔은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을 오홀라와 오홀리바라 부른다(4).

천막('오헬')이라는 말에서 파생되었을 이 이름들은 도성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의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이름이다.  

 

큰 도성에 거하고 있는 그들은 사실 천막을 치고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중이다.

천막을 치고 사람을 기다리고, 연애를 하고, 실증을 내고, 버림을 당하고, 생명을 착취당하고, 다시 천막을 치는 일...

그것이 애굽과 앗수르 그리고 바벨론을 상대로 이스라엘의 두 도시가 반복했던 삶의 방식이다.

 

이스라엘이 천막을 쳐야 했던 곳은, 부와 힘에 대한 욕망의 다른 이름인 애굽과 앗수르와 바벨론이 아니라,

자신들 안에 천막을 치고 들어오신 하나님이다.

 

성이 높고 벽이 높아야 사람 안에 있는 영혼의 필요가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욕망이라는 그릇 안에 애굽과 앗수르와 바벨론을 다 집어 넣은들 그릇의 바닥조차 채워지지 않는다.

사람의 욕망은 온 우주를 그 안에 집어 넣은도 채워지지 않는다.

 

인생은 본래 천막을 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높은 도성에 두터운 성벽에 넘쳐나는 재물과 권세를 누림이 꿈꾸고 사모할 삶의 모습이 아니다.

하나님조차 이 땅의 삶을 위해 천막을 쳤다면, 80년을 살면서 낡아지고 약해지는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을 누리는 삶의 방식은 그저 천막을 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꽉 채워짐도, 넘쳐남도 없는, 그러나 그렇게 비어있고 부족한 하루 하루가 오히려 기쁨의 이유가 되는 것은, 하나님 자신이 천막을 치고 우리 곁에 계시는 분이기 때문이다(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