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박힌 못도 삭는다 (사22:1-25)

2012-9-5 수요일

모든 꿈이나 환상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22장의 환상 골짜기는 성벽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로 채워질 것이다(5). 셉나를 지도자로 삼은(15) 히스기야의 예루살렘은 꿈을 꾸었으나, 그 꿈은 주인의 집에 해를 끼치는 꿈이다(18). 그 환상을 유포하며 나라를 잘못 이끌어간 지도자(셉나)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14).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길래?

 

수로를 정비하고 성을 수축하고 해자를 만들고서 저들은 옥쇄를 각오했다(10-11). 앗수르의 마병이 턱밑에까지 차올라왔으나(7) 저들은 그동안의 반 앗수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돌이키기보다(12), 오히려 애국주의에 불을 질렀다. 죽으면 죽었지 항복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장렬한 최후를 맞자며, 저들은 잔치를 하고 먹고 마셨다(13). 일반 백성이야 감정에 휩싸여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던 셉나 등의 지도자들이 미래에 대한 어떠한 모색도 없이 '함께 죽자'고 덤비는 것은 지도자로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14).

 

잘못된 길로 왕과 백성을 이끌면서 '환상'에 빠져 있는 자들의 골짜기는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로 채워질 것이다. 마침내 셉나는 관직에서 쫓겨나 그 지위가 낮아질 것이고(19), 엘리아김이 그를 대신할 것이다(20). 그러나 엘리아김의 정책 또한 셉나와 다르지 않았으니(36:3),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잘 박힌 못 같이 견고히 세워진다는 엘리아김이지만, 단단한 곳에 박혔던 못 또한 삭아 부러질 것이다(25). 그를 의지하던 자들도 함께 부서질 것이다(25).

 

히스기아 치하의 두 지도자 셉나와 엘리아김이 환상을 품고 꿈을 꾸면서도, 여호와를 앙망하지 않고, 여호와를 공경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없다 하겠지만, 이사야는 분명히 그렇게 말한다(11). 성벽을 보수하고, 수로를 정비하고, 해자를 만들면서 저들은 여호와를 자기 편으로 삼았을 뿐, 여호와께서 원하시는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12). 목숨을 걸만한 그럴듯한 명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통곡하고 애곱하며 굵은 베를 띠어야 할 때에(12), 축제를 벌이며 옥쇄를 불사하겠다는 것은 멋있지도 장렬하지도 않다(13). 지금 통곡하고 고통스럽고 수치를 감내해야 하더라도 지도자는 환상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미래로 이어지는 오늘에 발을 내 디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 박힌 못도 삭고 부서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