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채워진 마음 (38:1-39:8)

 

히스기야는 715 25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686 54세까지 유다를 다스린다(대하 29:1). 701, 앗수르가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히스기야를 위협한다. 왕위에 오른 지 14, 그의 나이 39세 때다(36:1). 그러나 앗수르 군대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큰 재앙을 당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그 해, 히스기야는 죽을 병에 걸린다(38:1a). 선지자 이사야가 와서 그의 병이 죽을 병임을 확인하고 돌아간다(38:1).

 

대 제국 앗수르의 위협 앞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타격을 가하고 살아남았다는 승리감을 누릴 겨를도 없이, 그는 갑작스런 죽음의 위협 앞에 둘러싸인다. 히스기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한 가지, 기도다. 앗수르의 위협 앞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히스기야는 죽음의 위협과 고통 앞에 역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38:2,14).

 

선지자를 통해 이미 선고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히스기야는 자신의 삶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 그의 은혜를 구한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함과 전심(꽉 채워진 마음)으로 살아왔던 나의 삶을 기억해 주소서“(38:3) - 죽음을 앞 두고 나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히스기야처럼 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예감하여 바울이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하듯 나 또한 그리 말할 수 있을까?(딤후 4:7)

 

바울이 스스로를 내가 죄인들 중의 첫 번째다“(딤전 1:15현재형)라고 고백하듯, 히스기야 또한 주께서 내 영혼을 사랑하사내 모든 죄를 주의 등 뒤에 던지셨나이다.“(38:17)라고 고백한다. 그러니 이들이 하나님 앞에 내어놓는 꽉 채워진 마음은 흠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으로 채워진 마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로 채워진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히스기야의 기도와 눈물을 보시고 그에게 15년의 생명을 더 허락하신다. 아하스의 해시개의 그림자가 10도 뒤로 물러가는 징표까지 보이시며 그에게 약속하신다. 앗수르에게 나라가 망할 위기를 넘기고, 병에 걸려 죽을 위기를 넘기고 히스기야는 지금껏 자신이 왕으로서 살아온 시간만큼의 생명을 보장받는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그 때 찾아온다. 인생의 위기는 죽을 것 같은 환경의 위험과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절망의 상황에서가 아니라, 안정된 삶의 누림 가운데서 찾아온다. 이 때가 위기이고, 이 때야말로 진정한 시험의 시간이다. 역대기 기자는 하나님께서 이 때 히스기야를 떠나시고 그의 마음에 있는 것을 다 알고자 그를 시험하셨다고 한다(대하 32:31).

 

멸망의 위협과 죽음의 위기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며 생명의 길을 갈 수 있었던 히스기야는 그러나 교만은혜를 받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는 마음의 자리에 서면서(cf. 대하 32:25) 남은 15년 을 기록될 것 없는 자로 살아간다.

 

바벨론의 므로닥 발라단에게서 사신이 왔다(39:1). 므로닥 발라단은 722~710년 동안 사르곤 치하에서도 바벨론을 접수하여 다스렸으나, 이후 쫓겨났다가, 705년 산헤립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틈을 타서 703년 다시 바벨론을 차지하고 다스린다. 그러나 9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산헤립에 의해 다시 쫓겨난다. 그런데 701년 히스기야는 산헤립의 공격을 견뎌낸다. 물론 여호와의 군대의 도움이었고, 히스기야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722~710년까지 앗수르 제국의 심장부에서 반 앗수르 세력을 유지해왔던 므로닥 발라단, 비롯 지금은 힘을 잃고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그는 히스기야에겐 영웅 같은 존재였으리라. 바로 그에게서 병에서 낳은 히스기야를 위로하고자 사신들이 온 것이다.

 

들 떴을 것이다. 한때 그의 영웅이었을, 그러나 지금은 세력을 잃고 초라해진, 그의 사신 앞에서 히스기야는 자기의 모든 소유, 곧 무기와 보물을 보이고 자랑한다(39:2). 그러나 히스기야가 자랑해야만 했던 것은 자신의 무기와 보물이 아닌, 자신은 앗수르 군대와 죽음의 위협에서 건져주신 여호와 하나님이어야 했으리라….

 

꽉 채워진 마음….. 그랬을 것이다. 히스기야는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진실함과 간절함으로 꽉 채워진 채 14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며 그 모든 위기의 상황을 돌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으로부터 얻게 된 그 모든 풍요와 안정과 명성들 속에서 그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 그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 그가 어찌 하나님의 은혜를 잊었겠는가? 그러나 전심이 아닌 마음, 꽉 채워지지 않은 마음, 갈라진 마음은 결국 그에게 생명이 아닌 죽음을 살게 했다.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기 전에,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오직 주께서 나를 떠나지 마시기를, 주의 은혜가 내 인생을 가득 채우기를 간구한다. 생명의 연장이나 생활의 안정이나 부요가 아닌 주의 은혜를 아는 마음 - 그 마음으로 꽉 채워진 우리 인생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