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3 - 여호와의 총회에 속한 사람 ( 23:1-25)

 

 

고환이 상하거나 음경이 잘린 자, 곧 고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한다(1). 암몬과 모압 자손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한다(3). 부부관계 이외의 관계를 통해 태어난 자 또한 십대에 이르기까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한다(2). 그러나 에돔 사람과 애굽 사람들의 경우 그 삼대 후 자손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있다(8).

 

 

신명기 기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는 이들을 열거하고, 각각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모압과 암몬이 영원히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여호와의 백성을 저주하였기 때문이다(4). 고환이 상한 자, 곧 고자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는 이유는 비록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아마도 그들이 자녀를 생산 할 수 없는 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실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는데, 자녀를 생산할 수 없으니 굳이 그 표현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생자는 십대 후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있고, 에돔은 여호와의 백성의 형제이기에 삼대 후 자손이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있으며, 애굽은 여호와의 백성이 거기서 객이 되었기에 삼대 후 자손이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있다.

 

 

여호와의 총회란 무엇일까? 총회라 옮겨진 히브리어는 카할로서 일정한 단위의 모여진 무리를 가리킨다(다양하게 쓰이지만 이곳에선 '하나님의 백성으로 불려진 무리 전체'를 뜻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칠십인역은 이를 대개 에클레시아로 옮겼고, 때로 쉬나고그로 옮겼다. 그러니 앞서 언급된 자들은 하나님의 에클레시아에 속할 수 없거나, 또는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속할 수 있는 것이다.

 

 

여호와의 총회에 속하거나 거부되는 기준은 최소한 23장 본문에 따르면 두 가지가 있다. 1) 생명력이 없는 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속할 수 없고, 2) 여호와의 백성을 저주하고 그에 적대적인 자들은 속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여호와의 총회에 속할 수 있는 자들의 조건 또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들이 여호와의 백성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었거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는 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타적 규정처럼 보이는 본문은 오히려 1) 생명력이 없거나 2) 여호와의 백성을 저주했거나 하지 않은 자들, 여호와의 백성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했던 자들은 누구나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올 수 있다는 포괄적 규정이 된다.

 

 

그렇다면 고자와 모압과 암몬 자손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서 제외 되는가? 모압 여인과의 결혼이 문제시 되었던 느헤미야 시대에 느헤미야는 바로 신23장의 구절을 근거로 그러한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다윗 왕의 증조 할머니는 모압 여인 룻이다. 모계를 따라 유대인 됨의 여부를 결정하는 유대 전통에 따르면 다윗은 모압 사람인 셈이고, 그렇다면 다윗은 여호와의 총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고자의 경우도 이사야 56장에 따르면 여호와의 총회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여호와께 연합한 고자는 영원한 이름을 얻는다. 다시 말해 여호와의 총회에 참여 한다.

 

 

따라서 신명기 23장의 말씀은 고자와 모압 압몬 자손에 대한 일차원적인 거부라기 보다, 그것이 상징하고 있는 바에 대한 거부, 곧 생명력이 없는 자와 여호와의 백성을 저주하는 자에 대한 거부라고 할 것이다. 여호와의 총회인 백성을 저주하는 자가 여호와의 총회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고, 여호와의 총회에 참여할 수 없는 자들이 영원한 이름을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영원한 이름을 가질 수 없는 자들은 생명력이 없으니, 그들이 고자인 셈이다.

 

 

이에 반해 여호와의 백성과 관련이 있는 자, 다른 말로 하면 여호와께 연합된 자들은 생명을 누리고, 그들은 여호와의 총회에 참여한다.

 

 

그리하여 이후 이어지는 각종 규례들은 여호와께 연합한 사람, 여호와께서 주시는 생명으로 살아가는 여호와의 총회에 속한 자들이 생명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구체적인 삶의 지침들인 셈이다. 이 지침을 따라 살 때,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14).

 

 

돈을 꾸어주고 이자를 받지 않는 일(19), 도망 나온 나그네를 선대하는 일(16), 자기 몸을 돈벌이를 위해 수단으로 내어주지 않는 일(18),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일(21), 하나님을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는 일(21), 타인의 소유를 존중하는 일(24) -  여호와의 총회에 속한 이들은 이렇게 살아간다. 이것들은 여호와의 총회에 속하기 위한 조건이 아닌 여호와의 총회에 속한 결과이다.

 

 

여호와께 연합했다는 것은 따라서 자신의 신념을 말로 고백하거나, 자신의 지식을 서술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모든 구체적인 일들 속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고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일을 피하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