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22 - 아하시야 : 두 여자 사이 (대하 22:1-12)

 

아끼는 이 없이 세상을 떠난 여호람 사후 그 막내 아들 아하시야가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1년을 다스리다 예후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2,9). (개역 성경은 42세에 왕위에 올랐다고 되어 있으나, 아하시야의 아버지 여호람이 40살에 죽었으니 그 아들이 42세에 즉위할 수는 없고, 왕하 8:26에 따르면 아하시야는 22살에 왕위에 오른다. 그러니 맛소라 사본의 42세라는 표현은 필사 과정에서의 오기로 보인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과 독일어 성경이 22세로 옮기고 있다.)

 

짧은 그의 통치의 시작과 끝에 두 여인의 이름이 등장한다(2,11). 한 여인은 아하시야의 어머니였던 아달랴요(2), 다른 한 여인은 아하시야의 누이인 여호사브앗이다(11). 아달랴는 이스라엘 왕 아합의 딸로서 유다 왕 여호람과 결혼하였고, 여호람을 아합의 집의 길을 쫓게 한 여인이다(21:6). 그녀는 전쟁 중에 아들을 다 잃고 유일하게 남은 막내 아들인 아하시야 또한 아합의 길로 행하게 꾀어 낸다(3).

 

22살의 젊은 아하시야는 자기 아버지 여호람이 아합의 집을 따라 8년을 통치한 결과 나라가 기울고 약해져 불안 가운데 형제를 죽이고, 또한 왕궁 조차 침탈 당해 아내들과 아들들을 잃었던 사정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어머니 아달랴를 따라 아합 집의 길을 쫓아간다. 결국 아하시야는 아합 집을 멸하도록 기름 부어진 이스라엘의 예후에 의해 아합 집의 마지막 왕 요람이 죽을 때에 그와 함께 죽고 만다(9).

 

아합의 딸 아달랴의 영향력은 그러나 이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아하시야가 죽었음을 알고 유다 집의 씨를 말리고자 한다(10). 이리하여 전심으로 여호와를 구했던 여호사밧 집은 그 장자 여호람과 결혼한 아달랴와 더불어 여호사밧의 아들들은 여호람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여호람의 자식들은 왕궁이 침탈 당할 때 아하시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임을 당하고, 아하시야는 예후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그리고도 남은 왕의 자손들이 아달랴에 의해 한 사람 요아스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임을 당한다(왕하 11:1;11). 9년 사이에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다.

 

이후 아달랴는 아하시야 사후 6년 동안 유다를 다스리다 제사장 여호야다의 개혁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다른 바알(주인)을 섬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인데 그 결국은 누구도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허망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고자 했던 결과 빚어진 9년 간의 피비린내 나는 폭력 속에서도 나라 전체가 휘둘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전심으로 여호와를 구했던 여호사밧의 정책이 왕궁 주도의 종교 정책이 아닌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종교 시스템과 율법을 따라 지역의 주민들을 재판하고 다스리는 법치의 확립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사람 아달랴에 의해 시작된 스스로 권력을 움켜쥐고자 했던 9년 간의 싸움 속에서도 유다는 버텨내고, 유다 민중도 버텨낸다.

 

또 다른 한 여인이 있었다. 아하시야의 누이였던 여호사브앗이다(11). 그녀는 이후 개혁 정책을 주도했던 제사장 여호야다의 아내였다. 아하시야의 누이니 여호람의 딸이기도 했던 여호사브앗이 여호람의 부인 아달랴의 딸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아달랴가 왕의 자손들의 씨를 말리고자 할 때, 여호사브앗은 아하시야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들 요아스를 숨겨 그 목숨을 구한다. 요아스는 이후 여호와의 전에서 6년 동안을 숨어서 자란다.

 

한 여인 아달랴는 권력을 추구하다 모든 이들을 싸움 속으로 몰아넣고 서로를 죽게 하고 자신 또한 칼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면, 한 여인 여호사브앗은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아이와 아이의 유모를 숨겨 살려내고, 결국 다윗 왕가가 하나님의 약속하심 대로 이어져가게 한다. 생명의 전달자가 된다.


여인은 생명을 낳는 자일 뿐 아니라, 참된 생명의 전달자이기도 하다. 첫 번째 여인의 이름 하와는 그 이름의 뜻이 생명이었다. 아달랴는 그 이름의 뜻이 여호와는 높으시다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가 높여진 자리에 앉고자 살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잃게 만든다. 여호사브앗은 그 이름의 뜻이 여호와는 맹세(약속)이시다이다. 여호사브앗은 다윗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자기를 버려 생명을 살리고, 약속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