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후 10 - 자랑의 기준 (고후 10:1-18)

 

캐논이란 말이 있다. 기준, 척도를 뜻하는 말이다. ‘기준이 되는 성경‘이라는 의미로 정경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캐논이란 말이 신약 성경에 4번 가량 쓰인다(고후 10:13,15,16; 갈6:16; cf. 빌3:16). 모두 바울 서신이다. 바울이 갈라디아서 6장에서 밝히는 ‘캐논(규례)‘은 할례가 아닌 십자가에 대한 믿음이 ‘하나님의 이스라엘‘의 기준이라는 것이었다(6:16). 바울에겐 이렇듯 '캐논'이 있었다.

고린도후서 10장에서만 ‘캐논‘이란 말이 3번 나타난다. 이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전체적인 문맥은 ‘자랑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그 대답이다(12,17,18). 자기를 자랑의 기준으로 삼는 자들이 있었다(12). 이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바울을 평가하고, 비판했다. 바울의 편지는 힘이 있지만, 바울의 말은 약해빠졌다는 등의 판단들이다(10). 이들 자칭 ‘슈퍼 사도들‘은(11:5) 무엇보다도 그 언변이 유창하고 힘이 있었던 것 같다(10, cf. 11:6). 그들 입장에서 볼 때 바울의 언변은 너무 빈약했다.
이들 ‘슈퍼 사도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기준‘이었다. 이들은 자기로서 자기를 헤아리고, 자기로서 자기를 비교했다(12).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모든 이들을 판단하고 비판했다(12). 너무 길다, 너무 짧다. 너무 말이 많다, 너무 말이 적다. 너무 강하다, 너무 약하다 등등 모든 판단의 기준이 자기 자신이었다. 자기와 '다른 자'를 '틀린 자'로 만드는 어리석음과 유치함...(12)

바울에게도 기준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자기에게 허락하신 만큼의 분량'이었다(13; 롬12:3). 지혜로운 자는 지혜를 자랑하고 용사는 그 용맹을 자랑한다(렘 9:23). 사람들은 자기를 기준으로 자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자랑의 바른 기준은 ‘주님‘이고(17) 주께서 그에게 나눠 주신 '분량'이다(14).

바울은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바울의 최선의 ‘기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자기가 상상 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지정해준 곳 그곳까지‘였다. 바울이 추구했던 기준은 ‘남들보다 더욱 위대한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린도 성도들의 믿음의 자람을 통해 ‘그들 안에서 자신이 위대해지는 것‘, 곧 하나님의 뜻이 ‘고린도교회 성도들 안에‘ 온전히 이루어져 그 풍성함에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15). 예수가 그의 몸된 성도들의 온전함 없이 온전할 수 없듯, 사도된 바울 또한 그가 세운 교회 성도들의 온전함 없이 온전할 수 없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울은 자기의 권세를 내세워 성도들을 무너뜨리는 손쉬운 길을 갈 수 없었고(8), 오직 그들의 복종이 온전하게 되기까지 그들을 기다려주는 '고통스러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6). 우리가 11장에서 만나게 되는 바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