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아! (잠언 1장-4장)


잠언이 말하는 지혜는 다만 세상살이를 좀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지혜는 다만 지적인 분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언행심사 모두에 걸쳐 이루어지는 ‘삶-살이’의 문제이다. 때문에 잠언의 지혜의 가르침은 다만 지식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훈련과 훈계의 차원에서(‘무사르’) 이루어진다(1:2,3,7,8;3:11;4:1). 지혜의 이 훈련은 생명과 죽음을 포함하여 삶의 전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지혜가 금이나 은이 줄 수 있는 것과 비할 바 없는 생명을 줌에도 불구하고(3:18,지혜는 생명나무라) 사람들은 지혜가 아닌 금과 은이 준다고 여기는 것에 귀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혜가 부르는 소리를 사람들은 듣고자 하지 않고, 지혜가 내미는 손을 사람들은 외면한다(1:24). “내가 불렀으나 너희가 듣기 싫어하였고 내가 손을 폈으나 돌아보는 자가 없었”다(잠1:24).


지혜는 그의 영을 부어주어 그 말을 깨달아 알게 하고자 하지만(1:23) 어리석고 거만하며 미련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교훈과 책망을 멸시한다(1:22,25). 그 모습이 하나님의 토라와 계명을 거역하고 자기 욕심을 따라 갔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똑같이 겹쳐진다.


“내가(모세) 너희에게 말하였으나 너희가 듣지 아니하고 여호와의 명령을 거역하고(신1:43) 선지자가 부를수록... 점점 멀리하니(호11:2) 대저 이는 패역한 백성이요 거짓말하는 자식들이요 여호와의 법을 듣기 싫어하는 자식들이라(사30:9) 내가(여호와가) 종일 손을 펴서 자기 생각을 따라 옳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패역한 백성들을 불렀다(사65:2)함과 같다.


잠언은 그런데 그 지혜를 가르치는 아버지가 솔로몬이라 명시한다(1:1).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했던 솔로몬에게(왕상 3:11) 지혜와 총명을 약속하면서 하나님은 “네가 만일…내 길로 행하며 '내 법도와 명령'(‘호크,미츠바’)을 지키면 내가 네 날을 길게 하리라”(3:14) 말씀하신다. 잠언도 그리 말한다. “내 아들아, 네가 만일 나의 말을 받으며 나의 계명을(‘미츠바’) 네게 간직하면(잠2:1), 나의 토라를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미츠바) 지키면 네가 장수하여 많은 해를 누리게 되리라(잠3:1,2)고 말이다.


문제는 잠언의 지혜를 전하는 솔로몬 자신이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왕상 11:9,10) 그의 법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왕상11:11). 솔로몬의 실패로 인해 갈라진 나라를 이어받은 여로보암 또한 같은 명령을 받지만 – "네가 만일…내 율례와 명령을 지키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위하여 견고한 집을 세울 것이다"(왕상11:38) – 그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등 뒤에 버리고(왕상14:9) 그 명령을 어기고 정직하게 행하지 않았다(왕상14:8).


잠언의 지혜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것이지만 스스로 옳다 여기고 가르치면서도 그 가르치는 바를 온전히 행하지 못하는 인간은 아무도 이 ‘아버지’의 자리에 스스로를 세울 수가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아버지의 자리에서 이 지혜를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자녀 된 자들은 심지어 잠언의 지혜를 말하는 솔로몬조차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지 않았다. 이 패역하고 목이 곧은 백성을 향해 그런데 하나님은 여전히 그들을 ‘내 아들아’ 라고 부르며(1:8,10;2:1;3:1,11;4:1,10,20) 듣고자 하지 않는 자들을 향해 지혜의 말씀을 들려준다.


“지혜를 버리지 말아라, 그가 너를 보호할 것이다. 그를 사랑하여라, 그가 너를 지킬 것이다…내 아들아, 내 말을 받아라, 그리하면 네 생명의 해가 길 것이다”(4:6,11).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가르치면서 무엇이 생명의 길이고 무엇이 사망의 길인지 더 분명하게 알아간다. 하나님만을 경외하고 그분만을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 가르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이 맞다'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이 길이 생명의 길이다'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을 모아 나의 지혜가 아닌 내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지혜를 의지한다.


"5 네 모든 마음을 다해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지혜를 의지하지 말아라. 6 너의 모든 길들에서 그분을 알아보아라,그가 너의 길을 인도하여 주실 것이다. 7 자기 눈에 지혜로운 자가 되지 말아라.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고 악에서 돌아서라."(잠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