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1장 – 광야 길 (민11:1-3)

 

민수기 1장에서 10장까지 준비는 완벽했다. 일사불란하게 각 지파가 군대의 조직을 갖추었고, 레위인들의 역할과 직임이 구분되었으며, 진영의 배치와 행진의 순서가 정해졌다. 더구나 성막 위의 구름이 그들의 길을 인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야의 3일 길을 간 후 이스라엘은 원망을 하고 욕심을 부리고 울고 낙망하였다(1,4,6,10). 어디 이스라엘뿐이랴 그들을 어루만지며 용기를 주고 이끌어야 할 모세 또한 통제되지 않는 이스라엘을 보며 원망과(12) 자기 연민에 빠져 있었다(15). 그러니 위기다.

 

이스라엘과 모세가 특별히 어리석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1년,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나름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출발한 여정이다. 하나님의 함께 하심도 확실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현실은 뜨거운 바람이 부는 변화 무쌍한 광야의 오늘이다. 회막에 구름은 머물러 있는데, 여전히 그분이 인도해 가시는 길은 폭폭한 광야이다. 새삼 확인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해 가시는 길의 고단함이다. 쉽기만 한 인생은 없고, 고단함 속에 저물지 않는 하루도 없다. 

 

그러니 인생길의 고단함에서 나오는 한숨과 한탄에 대해 스스로 너무 나무라지 말자.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며, 하나님이 인도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때때로 진영 끝을 불사르는 하나님의 꾸지람까지도 광야 길을 구성하는 벗어날 수 없는 무대장치 같은 것이다(3). 애굽이 아닌 광야 길을 걷고 있음을 놓치면 탐욕에 붙잡힐 것이다(4). 하나님의 인도 가운데 걷는 오늘은, 여전히 광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