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집, 여로보암의 집, 하나님의 집 (왕상 11:26-43)

 

“솔로몬이 여로보암을 죽이고자 하였다. 여로보암이 일어나서 이집트로 도망하여 이집트 왕 시삭에게로 갔다. 그가 솔로몬이 죽기까지 이집트에 있었다.“(왕상 11:40)

 

솔로몬에게서 사울의 향기가 나고, 솔로몬에게서 애굽 왕 바로의 모습이 겹쳐진다. 데자뷰다.

사울이 기름부음 받은 다윗을 죽이고자 했듯이, 솔로몬 또한 하나님에 의해 왕으로 지목된 여로보암을 죽이고자 한다(40). 솔로몬이 의도적으로, 정면에서, 하나님의 뜻을 대적한다. 자기를 죽이려는 애굽 왕 바로를 피해 미디안으로 도망한 모세처럼(4:19) 여로보암은 자기를 죽이고자 하는 솔로몬을 피해 애굽으로 도망하여 솔로몬이 죽기까지 거기 머문다(40).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 백성은 솔로몬이 지운 무거운 멍에와 고역을 가볍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12:4,9,10,11). 이스라엘은 솔로몬에 이르러 출애굽 이전 상태로 회귀한다.

 

그런 한편 여러보암을 왕으로 세우는 모습에서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겹쳐진다. 왕이 될 만한 외모와 성품을 보였던 사울이 왕으로 다스리던 시대에 집에서도 없는 사람 취급 받던 여덟 번째 아들 다윗을 선택하셨던 하나님께서(삼상16:10-13) 왕이 될만한 지혜를 가지고 있던 솔로몬이 왕으로 다스리던 시대에부지런하여 맡은 일을 잘 감당하는’(28) 것이 전부인 과부의 아들, 여로보암을 왕으로 선택한다.

 

자기를 위해 집을 짓겠다는 다윗에 대해네가 나를 위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 집을 지을 것이라며 언약을 주셨던 하나님께서(삼하7:5-16) 여로보암에게도 그 대단한다윗 언약과 똑같은 약속을 주신다(38). 다윗 스스로 남다른 축복의 약속이라 여겼을 약속을 하나님은 듣보잡이라 할 수 있는 여로보암에게도 주신다. 이 약속을 얻기 위해 여로보암이 애쓰고 노력한 것이 전혀 없듯이 다윗의 집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또한 그들의 헌신이나 남다른 경건이 이유가 되어 주어진 것이 전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솔로몬은다윗의 집을 지키고자 여로보암을 죽이려 한다. 묘한 엇갈림이다.

 

다윗이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면서 그에게서 중요하게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열왕기의 다윗이 솔로몬에게 주목하여 보았던 것은 그의지혜였다. 이 때솔로몬의 지혜란 하나님의 말씀을듣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의 정적을 꼼짝 없이 제거할 수 있는 명분 있는 교묘함이었다(2:6,9).

 

그러한 다윗의 집에 대해 하나님은 다윗이 왕으로 세워지던 때를 기억나게 하는 방식으로 여로보암을 왕으로 세워 그에게 다윗에게 준 언약과 같은 약속을 주심으로 다윗의 집이 그들의 지혜나 탁월함에 근거하여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세워지는 것임을 분명히 나타내 보이신다.

 

다윗이나 솔로몬이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소망이 이유가 되어 그들에게 약속이 주어지고 그들의 집이 세워진다. 솔로몬이 보기에 노동 감독을 맡기에 적당한 정도의부지런함을 가지고 있던 것이 전부였던(28) 과부의 아들(26) 여로보암을 하나님은 왕으로 세우시고, 그의 집에 대한 약속 또한 주신다. 그러니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를 세우신 하나님의 은혜와 왕 되심을 얼마나 깊이 인정하고 그 통치를 기뻐하는가 하는 것일 뿐, 다윗이어야만 하거나 여로보암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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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11 26-43(사역)

 

26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은 스레다 출신의 에브라임 지파 사람으로서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스루아다. 그녀는 과부였다. 그는 솔로몬의 종이었으나 손을 들어 왕을 대적하였다. 27 그가 손을 들어 왕을 대적한 사정은 이러했다. 솔로몬이 밀로를 건축하고 그의 아버지 다윗의 도성의 무너진 곳을 보수하였다. 28 이 사람 여로보암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솔로몬이 그가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을 보고 요셉 집의 모든 노역을 그에게 맡겼다. 29 그 즈음에 여로보암이 예루살렘에서 나갔을 때 실로 사람 선지자 아히야가 길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새 외투를 입고 있었다. 들에 그들 두 사람만이 있었다. 30 아히야가 입고 있던 새 외투를 잡아 그것을 열 두 조각으로 찢었다. 31 그가 여로보암에게 말했다. “열 조각을 당신이 취하십시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솔로몬의 손에서 이 나라를 찢어 열 지파를 너에게 줄 것이다. 32 그러나 한 지파는 나의 종 다윗을 생각하여 또한 이스라엘 모든 지파들 가운데서 내가 선택한 도성 예루살렘을 생각하여 그에게 속하게 할 것이다. 33 이는 그들이 나를 버리고 시돈의 신 아스다롯과 모압의 신 그모스 암몬 자손의 신 밀곰에게 경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의 길을 따라 살아가지 않았고, 내 눈에 정직하게 행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의 아버지 다윗처럼 나의 규례와 나의 법도를 지키지 않았다. 34 그러나 나의 명령과 나의 규례를 지킨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다윗을 생각하여 내가 그의 손에서 이 모든 나라를 빼앗지 않겠고, 그의 평생에 그를 통치자로 삼겠다. 35 하지만 그의 아들의 손에서 내가 그 나라를 취하여 그 중 열 지파를 너에게 줄 것이다. 36 그리고 그의 아들에게는 내가 한 지파를 줄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이름을 거기 두고자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한 도성 예루살렘에 내 앞에서 항상 나의 종 다윗에게 등불이 있을 것이다. 37 그러나 내가 너를 취할 것이며, 너는 네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스릴 것이다(cf.삼하3:21). 너는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다. 38 네가 만일 내가 네게 명령한 모든 것을 듣고 나의 길을 따라서 살며, 나의 종 다윗이 행한 것 같이 나의 규례와 나의 명령을 지켜 내 눈 앞에서 네가 정직하게 행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며, 내가 다윗을 위하여 집을 지었듯이 너를 위하여 견고한 집을 짓고(삼상3:20;25:28) 너에게 이스라엘을 줄 것이다. 39 이로 인하여 내가 다윗의 자손을 낮출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40 솔로몬이 여로보암을 죽이고자 하였다. 여로보암이 일어나서 이집트로 도망하여 이집트 왕 시삭에게로 갔다. 그가 솔로몬이 죽기까지 이집트에 있었다. 41 솔로몬의 나머지 일들과 그가 행한 모든 일들과 그의 지혜는 솔로몬의 실록에 기록되지 않았는가! 42 솔로몬이 예루살렘에서 온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날들이 40년이었다. 43 솔로몬이 그의 조상들과 함께 누워 그의 아버지 다윗의 도성에 묻혔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그를 대신하여 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