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정부 (왕상 4:1-19)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고위직 명단이다. 중앙의 고위직 명단은 사실상 다윗의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채워진다(삼하 20:23-26). 다윗 시대 제사장이었던 사독과 아비아달, 사관 여호사밧, 노동 감독관 아도니람이 다시금 명단에 등장한다(3,4,6). 그리고 다윗의 정부에서 활동했던 자들의 후손이 솔로몬의 정부에서도 그 지위와 역할을 이어간다. 제사장 사독의 아들 아사리아가 사독의 뒤를 잇고(2), 서기관 시사의 아들 엘리호렙과 아히야가 시사의 뒤를 잇는다(3). 그리고 브나야가 요압을 대신한다(4). 

 

솔로몬 시대에 눈에 띄는 관직은 지방관장의 두령 아사리아와 왕의 벗(비서실장) 사붓이다. 이들은 나단의 아들들이다(5). 솔로몬의 왕위 승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나단의 아들들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요직을 차지한다. 나단의 아들 아사리아가 열두 명의 지방 관장들을 관리하고 다스린다. 열두 지방관장은 솔로몬의 왕실에 필요한 모든 양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상당한 재정을 좌우하고 지방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나단의 아들들이 앉게 된다. 

 

또한 솔로몬의 집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재무장관 격에 아히살이 임명된다(6). 20년간 지어진 궁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늘어나는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했고, 그 영향력은 막강했을 것이다. 

 

솔로몬 내각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관리들은 솔로몬 정부의 중요 사업을 이루기 위해 세워졌다. 그들은 20년간 이어진 궁의 건설과 그렇게 늘어난 규모의 왕실에 걸 맞는 재정을 확보해야만 했다. 지방 재정 확보를 위해 세워진 관리들의 이름은 대부분 벤-훌, 벤-데겔과 같이 일종의 가문을 나타내는 자들로서  말하자면 지방 토호로 보인다. 솔로몬은 그의 딸을 내어주면서 이들과의 관계를 확고히 한다. 

 

결국 솔로몬 왕실의 정부의 인사들은 백성들의 삶을 돌보고 그들의 삶을 넉넉하게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솔로몬 왕실의 필요들을 채우기 위해 세워진다. 솔로몬이 지혜롭게 행하였으나 그 지혜는 누구의 유익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스라엘의 왕은 자기를 위해 백성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주어진 왕권을 동원해야 하나, 솔로몬의 왕실은 다른 길을 향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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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평화‘와 '평안' (왕상 4:20-34)
 
솔로몬은 자신을 섬기며 조공을 바치는 주변국들과 평화를 가졌다(24). 그런데 주변국들에게도 솔로몬의 통치가 평화였을까? 로마의 평화는 로마 시민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평화였을까? 성경은 평화가 ‘솔로몬에게‘ 있었다고 한다(24).
 
솔로몬 치세에 유다와 이스라엘은 그 수가 바다의 모래 같이 많았다고 한다(20).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의 실현으로 보이는 이 선언에 이어서(창22:17-18) 성경은 이스라엘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했다고 한다(20). 먹고 마시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에 어찌 시비를 걸랴마는, 그것이 과연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축복의 내용이라 할 수 있을까?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이스라엘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솔로몬 왕실이 하루에 소비하는 음식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운 밀가루 30 고르(6,6t), 거친 밀가로 60 고르(13,2t)가 하루에 소비되었다(22). 솔로몬의 왕실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하기야 후궁과 첩만해도 1000명이었으니(11:3), 딸린 식솔들은 얼마나 많았으랴? 또한 궁궐과 성전 공사를 위해 동원된 일꾼들 외에도 그들을 감독하는 관리들의 숫자만도 엄청났으니(5:16), 솔로몬 궁궐이 하루에 음식으로 소비하는 재정의 규모는 날로 더욱 늘어났을 것이며, 지방 관장들이 중앙으로 공급하는 음식의 양도 함께 늘어났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4만개의 마구간을 채우고 있는 그의 병거의 말을 위한 음식 또한 지방에서 조달 되었으니(26,27), 중앙의 요구를 감당할 만큼 백성들이 넉넉했음에 감사해야 할까?
 
실로 솔로몬이 사는 날 동안 유다와 이스라엘이 각기 자기 포도나무와 자기 무화과 나무 아래에서 ‘평안히‘ 살았으니(25), 그야 말로 태평성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욱이 솔로몬의 지혜와 총명이 온 세상에 알려져서 세상의 많은 나라 왕들이 그의 지혜를 듣고자 사람들을 파견했으니 나라의 위상 또한 더욱 높아진 것이 아니겠는가(34)?
 
그러나 천하의 왕들이 솔로몬에게 와서 듣고자 했던 지혜는 도대체 어떤 성격의 것이었을까? 중앙에 의한 지방 권력의 효과적인 지배와 그를 통한 왕실 재정의 안정적인 확보? 백향목과 물고기와 새와 짐승 등 생명의 신비에 대한 놀라운 설명(33)? 혼인을 통해 세력을 묶어두고 그들을 자기의 힘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 강대국 애굽을 등에 업고 주변의 작은 나라들의 다양한 요구들과 반역들을 잠재워 애굽의 비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 – 현실정치적으로 당연히 필요한 지식과 전략과 지혜가 맞고, 그런 의미에서 솔로몬의 지혜는 정말로 크고 넓다 할 수 있을 것이다(29,30).
 
그러나 과연 그것이 기브온에서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솔로몬에게 주기 원했던 ‘듣는 마음‘으로서의 지혜였을까? 솔로몬이 자기를 찾은 왕들의 사자들에게 율법의 지혜를 가르쳤을까? 1) 병마를 많이 두지 말 것, 2) 왕실에 재산을 집중시키지 말 것 3) 왕을 백성들 위에 높이지 말고, 자신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여길 것 4) 하나님의 말씀을 항상 곁에 두고 하나님께서 걸어 다니시는 길을 따라 걸어 갈 것.... 이렇게?
 
솔로몬의 통치 가운데 이스라엘이 평안히 거하였다. 맞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평안히 거한 것은 솔로몬의 통치가 너무도 훌륭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기 때문이다. 평안이라 번역된 히브리어 ‘베타흐‘는 대부분 ‘안전‘으로 번역된다(레25:18-19; 삼상12:11). 그 동사형 ‘바타흐‘는 ‘믿다, 신뢰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안전은 믿음에 근거하여 생긴다. 내가 믿고 신뢰하는 것, 거기서 안전이 생긴다면, 이스라엘의 안전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솔로몬과 이스라엘이 믿고 신뢰하는 것이 하나님과 그의 말씀의 참되심이 아니라면 그들의 안전은 그들이 믿고 있는 바로 그것에 의해 깨어져 나갈 것이다.
 
“11 여호와께서 여룹바알과 베단과 입다와 나 사무엘을 보내사 너희를 너희 사방 원수의 손에서 건져내사 너희에게 ‘안전('베타흐')‘하게 살게 하셨거늘 12 ....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는 너희의 왕이 되심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내게 이르기를 아니라 우리를 다스릴 왕이 있어야 하겠다 하였도다.“(삼상 12:11-12)
 
이스라엘이 ‘안전(베타흐)‘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기드온이나 심지어 사무엘 덕분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 때문이었다. 여호와가 이스라엘의 왕이셨기에 ‘안전‘을 꿈꿀 수 없는 순간에도 그들은 ‘안전‘을 누릴 수 있었다. 솔로몬은 자기에게 있는 ‘평화‘와(24), 백성들의 ‘평안(베타흐,안전)‘이 그의 지혜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백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솔로몬이 애굽과 이방의 지혜와 부유를 쫓아 그것에 자기 신뢰를 두고 있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이 ‘안전‘과 ‘평안‘을 누릴 수 있었다면, 그것은 여호와께서 여전히 그들의 왕이심을 포기하지 않고 계시기 때문이다. 안전의 근거로서 신뢰가 터 할 수 있는 자리는 자기의 지혜와 부유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신실하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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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4 1-19절(사역)

 

1 솔로몬 왕이 온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이 되었다. 2 이 사람들이 그에게 속한 지도자들이다.

   사독의 아들 아사랴 제사장

3시사의 아들들 엘리호렙과 아히야 서기관.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밧 사관

4 브나야, 여호야다의 아들 군대장관.

   사독과 아비아달 제사장들.

5 아사랴, 나단의 아들 지방관리 총책임.

   사붓, 나단의 아들, 제사장 왕의 벗.

6 아히살 왕실 재무책임.

   아도니람, 얍다의 아들 노동 감독관.

 

7 솔로몬이 온 이스라엘 위에 열두 지방 관리들을 두었다. 그들이 각각 일년에 한 달씩 왕과 그의 왕실에 양식을 공급했다.

8 이것이 그들의 이름이다.

   - : 에브라임 산지

9 -데겔 : 마가스와 사알빔과 벧세메스와 엘룐 벧 하난

10 -헤세드 : 아루봇, 소고, 헤페르 온 땅이 그에게 속함

11 -아비나답 : 고지대 도르 온 지역, 솔로몬의 딸 다밧이 그의 아내임.

12 -아나, 아힐룻의 아들 : 다아낙, 므깃도, 이스르엘 아래 사르단 근처에 있는 벧스안 온 땅, 벧스안에서 아벨므홀라까지, 욕느암 건너편까지.

13 -게벨 : 길르앗 라못, 그에게 길르앗에 있는 므낫세의 아들 야일의 천막 동네들이 속했고,

                바산에 있는 아르곱 지역의 성벽과 놋 빗장이 있는 육십 개의 큰 도성이 속했음.

14 아히나답, 잇도의 아들 : 마하나님

15 아히마아스 : 납달리. 또한 그는 솔로몬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삼았음.

16 -아나, 후새의 아들 : 아셀과 브알롯

17 여호사밧, 파루아흐의 아들 : 잇사갈

18 시므이, 엘라의 아들 : 벤야민

19 게벨, 우리의 아들 : 길르앗 땅, 곧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의 땅

    그리고 유대 땅에 한 관리가 있음(L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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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4장 20절-34절 (사역)

 

20 유다와 이스라엘은 그 수가 바다의 모래 같이 많았고. 그들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였다. 21 솔로몬이 유프라테스 강에서부터 블레셋 사람들의 땅과 이집트 국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왕국들을 다스렸다. 그들이 솔로몬의 평생의 날에 그를 섬기며 조공을 바쳤다. 22 솔로몬의 왕실이 하루에 소모하는 양식은 고운 밀가루 삼십 고르(6,6t), 거친 밀가루 육십 고르(13,2t) 23 살진 소 열 마리, 초장의 소 스무 마리, 양 백 마리, 그 외에 수사슴, 노루, 암사슴, 살진 새들이었다.
24 그가 유프라테스 강 이쪽(건너편)의 모든 지역, 곧 딥사에서 가사까지, 강 이쪽(건너편)의 모든 왕들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그의 건너편 모든 주위 나라들로부터 평화가 '그에게' 있었다. 25 유다와 이스라엘이 '평안'하게 살았다,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 각자가 자기 포도나무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솔로몬의 모든 평생의 날에 그러했다.
26 솔로몬에게 그의 병거의 말들을 위한 마구간이 사만 개가 있었고, 기병이 일만 이 천명이 있었다...... 29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와 분별력을 심히 많이 주었고, 넓은 마음을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주었다. 30 솔로몬의 지혜가 동방 모든 사람들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더 많았다. 31 그가 모든 사람보다 지혜로웠다. 예스라 사람 에단, 마홀의 아들들 헤만, 갈골, 다르다보다 더. 그의 이름이 주위 모든 민족들 가운데 알려졌다.... 34 모든 민족들 가운데서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듣고자 나왔고, 그의 지혜에 대해 들었던 땅의 모든 왕들도 사람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