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요 18:39-19:16)

 

대제사장들과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를 지른다(18:40; 19:6,12,15). 이들 ‘유대인들‘은 얼마 전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반기며 ‘이스라엘의 왕‘을 찬양하던 무리들이었으리라(12:13).

 

인간의 기대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포도원 품꾼 비유에서 아침부터 일했던 일꾼들은, 한 시간 일한 일꾼이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을 때, 마음으로부터 최소한 다섯 데나리온 정도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12시간 일하였으니 12데나리온을 받아야 하겠으나 그렇게는 다 받을 수 없고 그래도 ‘양보‘하여 다섯 데나리온 정도는 받을 것이라 생각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다섯 데나리온은 어느새 이미 그들의 권리가 되고, 주인이 그들에게 한 데나리온을 주었을 때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네 데나리온을 주인이 '강탈'이라도 해 간 양 주인을 향해 분노를 터뜨린다.

 

예수에게서 자기들의 욕망을 채워줄 메시야를 기대했던 자들의 마음 가운데, 그들의 기대는 어느새 그들의 마땅한 권리가 되고, 초라한 모습의 예수는 그들의 배신자가 되어 거기 서 있다. 무언가 당연한 나의 것을 빼앗기게 된 사람인양, 예수가 자신들의 몫을 강탈해간 '강도'라도 되는 양, 억울함과 분노를 예수를 향해 쏟아 놓는다.

 

예수 대신 '강도' 바라바를 놓아달라며 예수를 강도로 만들고 있는 이 강도같은 사람들 가운데(18:40) 한 사람 예수 만이 자신의 존재 전체를 하나님 아버지의 다스림 앞에 온전히 내어 맡겨 자신을 그들에게 넘겨 주고 있다. 빌라도의 입을 빌어 성경이 말한다. 보라! 너희 왕, 하나님의 아들, 유대인의 왕, 예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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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 (요 18:39-19:16)

 

사람들은 힘을 얻으면 자기 결정에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힘을 얻으면 그 얻은 힘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만 결정이 이루어질 뿐 그 반대의 선택은 배제된다.
빌라도는 자신이 예수를 놓을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권세가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상 그는 예수를 죽음에 내주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11). 그는 세 번이나 예수의 무죄를 선언했고(18:38; 19:4,6), 예수라는 존재에 일종의 본능적 두려움을 느꼈음에도(8), 스스로 옳다 여기는 바를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결국 자기 힘을 유지하는 선택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16).
스스로 예수를 놓아주고자 노력했다는 기억으로 인해 빌라도는 예수를 넘겨준 것이 결국 자기라는 사실을 손쉽게 회피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그의 은인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쓰임이 다해 권력에게 버려지기까지, 자신이 힘의 주인이 아닌 부역자였음을 마주하지 못한 채 살다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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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좌우편 (요 19:17-27)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은 일종의 왕의 대관식처럼 보인다. 예수는 몸소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른다(17).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순종이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듯,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올라 거기서 못박힌다(20). 예수의 좌우편에는 두 강도가 있고, 그는 그 한 가운데에 달린다(18). 그의 십자가 위에는 왕관처럼 명패가 놓여있다. “예수, 나사렛 사람, 유대인의 왕“(19). 그 글은 히브리어뿐 아니라 라틴어와 헬라어로도 쓰여있다(20). 말하자면 그는 만 왕의 왕이다.
 
우리가 왕으로 믿고 따르는 분의 대관식의 보좌가 십자가 그곳이라면, 그를 따르는 자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그의 십자가 좌우편일 것이다. 실제로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위해 예수의 나라에서 그의 좌우편을 구했고(막10:37), 예수는 그녀의 구함에 당신이 마실 십자가의 잔을 그들이 마실 것...이라고 답한다(막 10:39).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말한다(갈2:19). '죄인 중의 괴수'라고 스스로를 불렀던 바울은(딤후1:15) 말하자면 좌우편 강도 중앙에 못박힌 '죄인 중의 괴수' 예수와 함께 자신이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말하는 셈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 좌우편의 강도들은 아무 말이 없다. 억울함, 답답함, 있는체함, 비아냥 등 민란의 주동자로(막15:7) 스스로는 영웅이라 생각했을 그들의 과장스런 말을 들려주는 공관복음과 달리, 왕으로 등극하시는 예수의 십자가 곁, 존심 하나로 살다 쪽팔리지 않게 죽고자 했을 그렇게 하나님 앞에 평생 강도로 살아 온 그들, 예수 좌우편의 강도들은, 그런데 아무 말이 없다.
 
예수와 함께 죽어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은, 그의 나라에서 그의 좌우편에 달린 자들 가운데, 강도 같은 나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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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8 39~19 16 (사역)

 

39 “그러나 유월절에 내가 너희에게 한 사람을 놓아주는 관례가 있으니,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주기 원하느냐?“ 40 그러자 그들이 다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 사람 말고, 바라바를 (놓아주시오)!“ 그러나 바라바는 강도였다. 1 그러므로 그 때에 빌라도가 예수를 데려다가 채찍질하게 하였다 2 군인들이 가시나무로 왕관을 엮어 그의 머리 위에 씌웠다. 그리고 자색 옷을 그에게 입혔다. 3 그들이 그에게 와서는 말했다. “유대인의 왕, 만세!“ 그리고는 그들이 그의 뺨을 때렸다. 4 빌라도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그들에게 말했다. “보라, 내가 그를 너희에게 데리고 나오겠다. 내가 그에게서 고발할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음을 너희가 알게 하겠다.“ 5 그러므로 예수가 밖으로 나왔다, 가시로 만든 왕관과 자색 옷을 입고서.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보라, 이 사람이다!“ 6 대제사장들과 아랫사람들이 그를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십자가에 못박아라, 십자가에 못박아라!“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그를 데려다가,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아라. 나는 그에게서 고발할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으니 말이다.“ 7 유대인들이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가 가진 율법에 따르면 그는 죽어 마땅하오.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자처했기 때문이오.“ 8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는 더욱 두려워하였다. 9 그가 다시 관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예수에게 말했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온 것이냐?“ 그러나 예수는 그에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10 그러므로 빌라도가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말하지 않겠느냐? 내가 너를 놓아줄 권세도 있고, 죽일 권세도 있음을 네가 알지 못하느냐?“ 11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했다. 너는 나에 대한 어떠한 권세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위에서부터 그것이 너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러므로 나를 너에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욱 크다.“ 12 이 말을 듣고 빌라도는 그를 놓아줄 방도를 찾았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만일 이 사람을 놓아 준다면 당신은 황제의 친구가 아니오. 자신을 왕이라 칭하는 자는 누구든지 황제를 반역하는 것이오“ 13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는 예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돌을 깐 뜰‘(히브리말로 갑바타)에 있는 재판석에 앉았다. 14 그 때는 유월절 준비일이었고, 때는 여섯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말했다. “보라! 너희 왕이다!“ 15 그러자 그들이 소리를 질렀다. “없애버려라, 없애버려라,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라!“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 왕을 내가 십자가에 못 박으란 말이냐?“ 대제사장들이 대답했다. “황제 폐하 말고는 우리에게 왕이 없소.“ 16 마침내 빌라도는 십자가에 못 박도록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예수를 넘겨 받았다.

요한복음 19 17-27 (사역)

 

17 예수께서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이라 불리는 장소, 히브리어로 골고다라 불리는 곳으로 나갔다. 18 그 곳에서 그들이 그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그와 함께 다른 두 사람을 이쪽과 저쪽에 두고 그 가운데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19 빌라도가 명패를 써서 그것을 십자가 위에 두었다. 거기에 예수, 나사렛 사람, 유대인의 왕이라고 써 있었다. 20 그러므로 이 명패를 많은 유대인들이 읽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곳이 그 도시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히브리어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기록되어있었다. 21 그러므로 유대인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하였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시오“ 32 빌라도가 대답했다. “내가 쓸 것을 썼다“ 23 군병들이 예수를 못박고는 그의 겉옷들을 취해 네 몫으로 나누고 각각의 병사가 한 몫씩 취해 가졌다, 그리고 속옷도. 그런데 이 속옷은 이음새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었다. 24 그러므로 그들이 서로 말했다. “우리가 그것을 찢지 말고, 그것이 누구의 것이 될지 제비를 뽑자.“ 이는 그들이 나의 겉옷을 서로 나누고 나의 옷을 위해 그들이 제비를 뽑습니다라고 말한 성경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사들이 이렇게 행하였다. 25 그런데 예수의 십자가 곁에 그의 어머니와 그의 어머니의 자매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사람 마리아가 서 있었다. 26 예수가 자기 어머니와 그가 사랑한 제자가 곁에 선 것을 보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여인이여, 보소서, 당신의 아들입니다.“ 27 그리고는 그가 그 제자에게 말했다. “보라, 너의 어머니다.“ 그때로부터 그 제자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