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8장 - 진리 (요 18:28-38)

 

누군가를 죽음에 내몰면서도 유월절 식사를 위해 더럽혀지지 않고자 관정에 들어가지 않는 유대인들과(28) 그런 유대인들의 관례를 잘 알기에 그것을 존중하느라 관정을 몇 번씩 드나드는 빌라도(29,33,38), 이들이 나름의 룰을 따라 벌이는 게임 한 가운데 예수께서 홀로 서서 진리를 말씀하신다(37). 

 

유월절 식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은 시체로 인해 부정해진 경우이다. 이러한 부정을 막기 위해 유대인들은 유월절 한달 전부터 예루살렘 주위의 무덤에 회를 칠했다. 혹시라도 모를 부정을 막기 위해 표시를 하는 것이다. 남의 손을 빌어 예수를 죽이려 하면서도, 그렇게 자기 속에 죽음과 사망이 가득하면서도, 시체를 만지지 않았기에 깨끗하다 여기는 유대인들과 그들의 깨끗함을 위해 관정을 드나드는 빌라도의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게임을 보며 교회를 생각한다.  

 

스스로 그 속에 속하여 보지 못하는 게임의 룰은 무엇인지, 사람을 죽이면서도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을 갖지 않게 만드는 그들만의 규칙은 무엇인지 묻는다. “진리가 뭔데?“라고 묻고는 정작 그 대답엔 관심이 없고, 자기 생각을 말하러 나가는 빌라도처럼(38), 교회 또한 진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자기 보신을 위한 타당한 빌미만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다양한 게임의 룰들을 지켰다는 안심 보다, 진리를 증거하고자 죽음 앞에 서 있는 예수님 앞에 더 오래 서 있기를, 세상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그의 나라에 나와 교회의 마음이 더 많이 사로잡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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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8장 28절-38절 (사역)

 

28 그러므로 그들이 예수를 가야바의 집에서 관정으로 끌고 갔다. 그 때는 새벽이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은 더럽힘을 받지 않고 유월절 식사를 하기 위하여 관정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29 그러므로 빌라도가 밖으로 나와 그들에게로 가서 말했다. “어떠한 고발을 너희가 이 사람에 대해 가져왔느냐?“ 30 그들이 그에게 대답하여 말했다. “이 사람이 악한 일을 행한 자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를 당신에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요.“ 31 그러므로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그를 데려가서 너희 율법에 따라 너희가 그를 재판하라.“ 유대인들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죽일 권한이 없소“ 32 이는 예수께서 자신이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인지 가리켜 한 말이 이루어지게 하려 함이다(12:33). 33 그러므로 빌라도가 다시 관정으로 들어와서 예수를 불러 그에게 말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34 예수께서 대답했다. “너는 이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너에게 그렇게 말했느냐?“ 35 빌라도가 대답했다. “내가 유대인이라도 되느냐? 너의 민족과 제사장들이 너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36 예수께서 대답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했다면 나를 섬기는 자들이 싸워서 내가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나라는 이 세상에서 비롯되는 나라가 아니다.“ 37 그러므로 빌라도가 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왕이냐?“ 예수께서 대답했다. “‘내가 왕이다‘라고 네가 말하는구나. 나는 이것을 위해 태어났고, 이것을 위해 이 세상에 왔으니, 곧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서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든지 나의 목소리를 듣는다.“ 38 빌라도가 그에게 말했다. “진리가 뭔데?“ 그가 이 말을 하고는 다시 유대인들에게로 나가서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고발할 만한 그 어떤 것도 그에게서 찾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