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마음(민21:1-20)
 
전쟁에서의 승리로 오히려 마음이 짧아졌을까?(4) 쉽게 갈 수 있는 길에 대한 기대가 애당초 없었다면 힘든 길은 다만 힘든 길이었을 뿐 마음이 원망과 불평으로 불타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4).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설명하며(20:14) 그토록 정중하게 부탁했음에도(20:17) 조금의 편의도 제공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불평이 마음에 쌓이자 분노는 자기 밖의 만만한 자들에게로 터져 나왔다. 만만한 자, 그러니까 모세와 하나님에게로(5)... 분노는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을 삼키기까지 불타올랐다.
 
에돔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면, 그들의 거부가 원망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에돔의 입장이었다면 그러한 요구가 오히려 뻔뻔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세월을 건너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더 험악한 인생을 살아왔는가로 남에게 무언가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 여긴다면... 그는 누군가의 것을 탈취하면서도 오히려 자기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너무 적다 원망하는 자리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험악한 길을 걸어 온 야곱은 바로 앞에서도 그에게 복을 빌어준다.
 
불뱀에 물리고 죽음 앞에 섰던 자들이 기둥에 달린 놋뱀을 보고는 치유함을 입는다(9). 놋뱀에 마법적 효능이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상황을 대하는 마음의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짧아졌던 마음이(4) 낮아지자 불 같던 분노와 원망도 잦아지고, 늘 곁에 있어 만만해 보이던 그가 커 보이며,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의뢰의 근거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골짜기를 건너 산을 넘고 황야를 지나야 하는 것이 어려움이 아니다(10-20). 하나님 주시는 것으로 살아가는 인생임을 확인하는 자(16), 그에게 노래가 있으리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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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21장 1절-20절 (사역)
 
1 네겝에 거주하는 가나안 사람 아랏 왕이 이스라엘이 아다림 길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이스라엘과 싸워 그들 중 얼마를 포로로 사로잡았다. 2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맹세하여 말했다. “당신께서 이 백성을 우리 손에 참으로 넘겨주시면, 우리가 그들의 도시들을 진멸하겠습니다.“ 3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소리를 들으셨다. 그가 가나안 사람들을 넘겨주었다. 이스라엘이 그들과 그들의 도시들을 진멸하였다. 그곳 이름을 호르마라 불렀다.
4 그들이 호르 산을 떠나 에돔 땅을 우회하려고 홍해 길로 들어갔다. 길 때문에 백성의 마음이 짧아졌다. 5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말했다. “어찌하여 당신들이(!)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왔습니까? 광야에서 죽이려 하십니까? 먹을 것도 없고 마실 것도 없습니다. 이 보잘것없는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6 여호와께서 백성 가운데 불뱀(죽이는 뱀LXX)을 보냈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었다. 이스라엘 가운데 많은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왔다. 그들이 말했다.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께 말로서 범죄하였습니다. 우리에게서 뱀을 치워달라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주소서.“ 그러자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했다. 8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서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라. 물린 자 중 누구든지 그것을 보는 자는 살 것이다.“ 9 모세가 청동으로 뱀을 만들어서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청동으로 만든 뱀을 보고 살았다.
10 이스라엘 자손이 길을 떠나 오봇에 진을 쳤다. 11 그들이 오봇을 떠나 모압 앞쪽 해 돋는 쪽 광야에 있는 이예 아바림에 진을 쳤다. 12 거기서 그들이 떠나 세렛 골짜기에 진을 쳤다. 13 거기서 그들이 떠나 아르논 건너편에 진을 쳤다. 그곳은 아모리 사람들의 영토로 이어지는 광야에 있었다. 아르논은 모압의 경계로서 모압과 아모리 사람들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14 그러므로 여호와의 전쟁기에 이렇게 말해진다. “수파에 있는 와헵과 아르논 골짜기 15 그 골짜기의 비탈은 아르의 거주지로 뻗어 있고 모압 경계에 기대어있다.“ 16 거기서 브엘에 이르렀다. 이 브엘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백성을 모아라, 내가 그들에게 물을 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브엘(우물)이다. 17 그 때에 이스라엘이 이 노래로 노래했다. “솟아라, 우물아. 노래하라, 그 우물을 18 지휘관들이 파고, 백성의 존귀한 자들이 뚫은 우물, 홀과 그들의 지팡이로“ 그리고 광야를 떠나 마타나로 갔다. 19 마타나에서 나할리엘로, 나할리엘에서 바못으로 20 바못에서 황야(‘여시몬‘)가 내려다보이는 비스가 꼭대기 가까운 모압 지경에 있는 골짜기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