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20장 - 내가 여호와인줄 알아라 (왕상 20:1-13)

 

“만일 사마리아에 티끌 한줌이라도 남아 있다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리기를 원한다“(10) - 아람 왕 벤하닷의 말을 들으면 얼마 전 이세벨이 “내일 이맘때까지 엘리야의 생명이 남아 있다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리기를 원한다“(19:2)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엘리야를 죽이고자 했던 아합이 벤하닷에 의해 그 목숨이 위협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돌아 핍박자가 핍박 받는 자가 되고, 권세를 부리던 자가 압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게 엘리야를 괴롭히더니, 하나님께서 이제 정반대의 상황에 아합을 놓아 그를 징계하신다‘고... 그러나 왕상 20장에서 이스라엘은 오히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승리한다(21). 아합은 본문에서 단 한번도 하나님을 찾지 않았으나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보내어 아합의 손에 적들을 넘겨주셨다고 선언한다(13). 한번의 승리뿐 아니라 해가 바뀐 후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주신다(22).
엘리야를 까마귀와 사르밧 과부로 먹이시고, 죽은 아이를 살려 달라는 엘리야의 기도에 응답하여 주시며, 갈멜산에서 불로 응답하여 주셨던 하나님께서 자기를 찾지도 부르지도 않았던 아합을 벤하닷의 위협에서 건져주신다. 권선징악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의감과 달리 하나님은 엘리야에게도 아합에게도 은혜를 베풀고 있다.
하나님과 달리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한 주권을 요구하는 벤하닷에 대해 아합은 일단 그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말‘을 한다(4).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그러자 벤하닷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집과 그의 신하들의 집에서 그가 좋아라 했던 것을 다 가져가겠다고 한다(6). 요구를 들어주면 거기서 만족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둥뿌리까지 뽑고자 하는 것이 죄인들의 방식이다. 그러자 아합이 장로들을 모은다. 더 이상 왕의 소유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소유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자 장로들은 그 요구를 받아 들이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8). 자기 신하들의 소유까지 문제가 되었음에도 아합은 장로들에게 자기 소유에 대한 염려만을 토해놓는다(7).
아합은 벤하닷에게 ‘나의 모든 소유가 당신의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가져가겠다는 당신의 말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말 같은 듯 말 같지 않은 말을 한다(9). 그에 진노한 벤하닷이 출정을 준비한다(12). 우리는 하나님께 '나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에게서 왔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을 혹시라도 달라고 요구한다면 '비록 나의 주인은 하나님 당신이지만 그것을 달라는 그 요구는 들어드릴 수가 없다'는 말 같은 듯 말 같지 않은 말을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한번 주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둥뿌리까지 뽑고자 하는 죄인들의 방식에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달라는 것으로 자신의 주인 됨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필요를 채워주며 미래를 준비케 하고 위험에서 건지시는 것으로 당신의 주인 되심을 나타내신다(13,22).
사람들의 문제는 하나님을 자기 같다 여기고 자기 마음대로 하나님을 판단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랑이라 말하면서 다만 자기 소원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랄 뿐, 그가 이미 우리의 필요를 아시며 그가 이미 공급하고 계심을 믿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하나님께서 아합에게 말씀하신다. “너는 내가 여호와인줄 알아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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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결? 그 곁에 달라붙는 욕망 (왕상 20:13-21)

 

아합이 한 일은 이미 도망하고 있는 적들을 쫓아가서 그들을 치는 것뿐이었다(21). 성경 기자가 강조하는 바는 아합이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전쟁은 이스라엘이 아람을 이길 어떤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300대 13만 5천명의 싸움에서 승리했던 기드온처럼 아합의 이스라엘도 232대 최소 12만 7천명의 싸움에서 승리한다(cf.25,30). 벤하닷과 그와 함께 한 왕들은 이스라엘의 출전이 이루어진 정오에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16). 성경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기 때문에 아람이 졌다는 것이 아니라, 아람과 이스라엘 사이에 어떠한 긴장감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군세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쪽에서 사람이 나오자 아람의 정탐은 제 역할을 하였고(17), 보고를 받은 벤하닷은 그들을 사로잡으라는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18). 그러니 이 싸움에서 이스라엘이 이기게 된 것에 대하여 그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는 패배 이후 아람 사람들이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스라엘의 신이 산의 신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보다 강하였다고 말하는 데에서도 확인된다(23). 아무리 패배의 이유를 찾아보아도 '이스라엘의 신이 산에서 강한 신이기 때문이다'라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람 쪽에서는 이렇게 자신들의 패배의 이유를 '이스라엘의 하나님'에게서 찾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오늘날 신자들은 승리의 이유를 여호와 하나님이 아닌 232명의 젊은이들의 용맹이나, 벤하닷의 방심 또는 교만에서 찾으려는 듯하다. '너는 내가 여호와인줄 알 것이다'가 하나님께서 전쟁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었으나, 당시 이스라엘과 오늘날 신자들의 욕망은 여전히 13만 대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승리의 비결 주위에 달라붙어 있으니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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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20 1-21 (사역)

 

1 아람 왕 벤하닷이 그의 모든 군대를 모았다. 서른두 명의 왕들이 말과 전차를 가지고 그와 함께 하였다. 2 그가 사자들을 성읍 안 이스라엘 왕 아합에게 보내었다. 3 그가 그에게 말했다. “벤하닷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너의 은과 너의 금 그것은 나의 것이며, 너의 아내들과 너의 좋은 아들들 그들도 나의 것이다.“ 4 이스라엘 왕이 대답하여 말했다. “내 주 왕이여, 당신의 말씀대로 나는 당신의 것이며 내게 속한 모든 것도 그러합니다.“ 5 그 사자들이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벤하닷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너에게 보내어 말했던 것은 너의 은과 너의 금과 너의 아내들과 너의 좋은 아들들을 나에게 보내라는 말이었다. 6 내일 이맘때에 내가 나의 종들을 너에게 보낼 것이다. 그들이 너의 집과 너의 신하들의 집들을 샅샅이 뒤질 것이다. 그리고 네 눈에 보기 좋은 모든 것들을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다 가져올 것이다.“ 7 이스라엘 왕이 그 땅의 모든 장로들을 불렀다. 그가 말했다. “깨닫고 살펴 보시오. 이 자가 악한 일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가 나에게 보내어 내 아내들과 내 아들들과 내 은과 내 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내가 그것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8 모든 장로들과 모든 백성들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들어주지 마시고 허락하지 마소서“ 9 그가 벤하닷의 사자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내 주 왕에게 말해주십시오. 당신이 당신의 종에게 처음에 보내어 말한 모든 것은 내가 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내가 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자들이 가서 그 말을 전달하였다. 10 벤하닷이 그에게 보내어 말했다. “만일 나를 따르는 모든 백성이 사마리아에서 그 손에 움켜쥘 만한 것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신들이 나에게 벌을 내리고 또 내리실 것이다.“ 11 이스라엘 왕이 대답하여 말했다. “갑옷 일을 때 갑옷 벗을 때라도 되는 양 자랑할 수 없는 법이라고 전해주시오“ 12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왕들과 더불어 진영에서 마시고 있었다. 그가 그의 종들에게 말했다. “공격준비를 하라!“ 그들이 그 성읍을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13 보라, 한 선지자가 이스라엘 왕 아합에게 다가왔다. 그가 말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이렇게 큰 무리를 본 적이 있느냐? 보라, 내가 오늘 그들을 너의 손에 넘겨줄 것이다. 너는 내가 여호와인줄 알 것이다." 14 아합이 말했다. “누구를 통하여?" 그가 말했다.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각 지방장관들의 젊은이들을 통하여(아합)가 말했다. “누가 전쟁을 시작합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15 그가 지방장관들의 젊은이들을 계수하였다. 그들이 232명이었다. 그들 외에 그가 이스라엘 온 족속의 모든 백성을 계수하였다. 그들이 7천명이었다. 16 그들이 정오에 출전하였는데 벤하닷은 그를 돕는 32명의 왕들과 더불어 막사에서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있었다. 17 각 지장장관들의 젊은이들이 먼저 출전하였다. 벤하닷이 (정탐을) 보내었는데, 그들이 그에게 보고하여 말했다. “사람들이 사마리아에서 나왔습니다.“ 18 그가 말했다. “그들이 화친을 위해 나왔어도 그들을 사로잡고, 그들이 싸우러 나왔어도 그들을 사로잡아라.“ 19 각 지방장관들의 젊은이들이 성읍에서 나왔고, 그들을 뒤이어 군대가 출전하였다. 20 각 사람이 자기의 적을 치자 아람 사람들이 도망하였고 이스라엘이 그들을 쫓았다. 아람 왕 벤하닷이 말을 타고 기병들과 함께 도망하였다. 21 이스라엘 왕이 나와서 말과 전차를 쳤다. 그가 아람을 쳐서 크게 무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