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63~64 -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 (63:1-64:12)

 

34장에 등장했던 에돔과 에돔의 보스라가 이곳 63장에서 느닷없이 다시 등장한다(63:1-6). 에돔의 심판과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분노로 인해 그의 모든 옷이 붉게 물든다(2).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63:11,13,14,15) 묻는 이스라엘의 물음에 대해 하나님은 에돔을 향한 자신의 분노와 심판으로 답을 주신다. 하나님이 에돔을 향한 분노하시는 이유는 그들이 유다의 멸망을 기뻐했을 뿐 아니라 유다가 이방에 탈취를 당할 때 그들 또한 저들의 탈취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약탈하고 그들에게 폭력을 행한 만민을 향해 그의 노를 나타내심으로 자기 백성에 대한 그의 사랑을 나타내 보이신다(63:6).

 

그러나 정작 그의 백성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며 그의 사랑을 묻고 구한다. 이스라엘은 지금 그야말로 황폐한 땅이 되어있다. 시온이 광야가 되었고, 성전이 불에 탔으며(64:10), 백성은 심한 괴로움을 받고 있다(64:12).  겨우 다시 찾았던 성소는 또다시 원수의 발에 밟히고(63:17) 하나님 자신이 이스라엘의 대적이 되어 그들을 치셨으니(63:10), 그들의 부르짖음에도 하나님은 잠잠하시고, 그들을 향한 사랑은 끊어진 것 같아 보인다(63:15).

 

63~64장에서 떠오르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포로에서 돌아온 이후 AD 70년 성전이 파괴되고, 132년 바 코크바 반란의 좌절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이방에 밟히고 찢기고 더럽혀졌던 이스라엘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스스로의 죄악의 깊음을 확인하며, 하나님을 향해 호소하는 우리에 의해 확인되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모습은 너무도 참담하다. 그럼에도 이들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절망은 지금 처한 환경과 상황의 어려움이 아닌, 이스라엘 자신들의 마음의 굳어짐과 목의 곧음이다(63:17;64:7). 스스로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주를 경외하지 않음이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서(63:17;cf.10:3)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고,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다(64:7). 나아가 스스로 우리라 부르며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는 자들 자신 또한 그 의가 더러운 옷 같고, 금방 시드는 잎사귀 같을 뿐이다(64:6). 그럼에도 이들 우리는 여호와께 그의 자비와 사랑을 호소하며, 그의 은혜를 구한다(63:16;64:1,8,9).

 

그들의 간구의 근거는 오직 하나님 자신의 의로움이다. 자신들의 의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풀과 같으나, 여호와는 그들의 하나님, 그들을 지으신 자, 그들의 아버지이시다(63:16;64:8,9). 이들의 고백에 따르면 자신들은 진흙이요 여호와는 토기장이다. 그가 진흙으로 어떤 그릇을 빚든 그것은 빚는 자의 마음이나(cf.9:21), 그러나 토기장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아버지시다(64:8).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조상 아브라함에 기대어 구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에 기대어 구원을 간구한다. 조상 아브라함은 이러한 상태에 놓인 자신들을 혹시 잊고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여호와는 자신들의 아버지, 자신들의 구속자이니, 자신들을 알아주고, 자신들을 인정할 것이라며 그의 사랑에 의지하여, 주의 이름을 부른다(63:16). 이들의 기도에 하나님은 어떻게 응답하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