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열심히 긴 편지를 썼다가 뭔가 잘못되는 바람에 다시 쓰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온유엄마에요.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서운해하고 계셨던 건 아닐지 많이 죄송해요.
한국에 오자마자 온유아빠가 부산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2월즈음 울산에 들어온 독일 이삿짐을 부산으로 옮기고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이해해주세요. ^- ^ 저도 배가 많이 불렀구요. 온유는 제법 새침을 떼고 애교를 부리는 능청도 늘어 어린이 티가 납니다. 창학씨도 부산 사무실로 출근을 한지 이제 2주정도 되어서 안정을 찾은 듯 합니다.

부산에 와서 해운대를 두번 나들이했습니다. 그 때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킬 바닷가가 너무 그리웠어요. 한국에 와서 또 낯선 울산에서 한 두달 킬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복잡한 도시 속에 사는 것도, 왠지 무뚝뚝한 것만 같은 사람들도, 티브이 프로그램들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고, 그토록 그리웠던 갖가지 배달음식들도, 킬에서 초대받아 조촐하게 둘러앉아 비벼먹던 비빔밥과 쿠헨, 카밀렌 차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고 형편없어서 많이 그리웠습니다. 가족과 같았던 교회 식구들도 너무 보고 싶었구요.

이쁜 가족사진이 하나 생기면 꼭 킬 교회에 소식을 전해야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서울서 놀러온 친구들이 사진을 한장 찍어주었습니다. 꼭 그대로이죠? 히히히...온유는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의 사랑을 죄다 받으면서 온통 애교짓에 말도 많이 늘었어요. 이제 갓난쟁이 표정은 많이 벗었구요. 개구쟁이 얼굴로 변해만 갑니다. 저도 오랜만에 친정엄마랑 언니들한테 투정도 많이 부리고, 맛있는 것도 얻어먹고 집안일도 미루고 편안히 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창학씨는 독일서 늘려온 배둘레햄으로 핀잔을 좀 들었고요. 헤헤헤.


이곳에 오니, 킬교회 주일학교 언니 오빠들이 온유를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의 눈빛으로 보아주었나 새삼 생각이 나더군요. 하나님께서 개구쟁이 다니엘, 지몬 요한도 우당탕 뛰어다니다가도 아가들 있으면 멈춰서서 머리 한번씩 쓰다듬고 사랑의 눈빛을 주던 마음의 여유를 주셨었는데, 여긴 도무지 무서운 오빠, 언니들 뿐입니다. (ㅋㅋㅋㅋ) 떠나기 전에 주일학교에서 선물해주신 사진첩은 온유에게 커다란 기쁨의 선물입니다. 언젠가 그 얼굴들은 다 잊겠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옴마아~ 누구야? 샤론, 한나...은지.....^&(^%**()(??" 하면서 종알종알 대는데, 온유 입가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일학교 목사님들과 선생님, 친구들에게.


한국은 특히, 부산은 이제 목련꽃이 올라오고, 동백꽃은 벌써 꽃잎이 아즈라히 떨어질 만큼 따뜻한 봄날씨에요. 아~~ 바야흐로 그릴의 계절인데, 그릴 마이스터(온유아빠 자칭)의 솜씨를 킬 해변에 두고 왔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킬은 수선화도  피고, 극장 앞 공원 잔디밭에는 보라색 꽃들이 다 피고 있겠지요?  서양버드나무에 버드가지도 연두색으로 빛나고, 분수마다 물도 올라오나요? 히히히...아직은 아닌가요? 이곳이 워낙 따뜻하니 킬도 그러할 것만 같네요.

주일날 교회가던 길이 많이 그립습니다.

멀리서도 서로 잊지 않고 많이 그리워하다가 언젠가 꼭 다시 만날 날들을 예비해놓으셨을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때까지 모두 축복만 받으시고, 감사할 기도제목들만 쌓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