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기자가 안티’에 대한 대화를 읽고 그냥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말 혹은 낱말은 문맥(컨텍스트)에 따라서 그 뜻이 약간씩 달라질 수도 있고
정반대의 뜻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자기야 똥눠?" "똥눠-!" "똥눠~"

이 세 마디 말은 어떤 미친 사람이 갑자기 화장실 문을 부수고
그 안에서 일보고 있는 사람에게 한 말입니다.
똑같은 낱말들이고 글자엔 아무런 억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맥을 살려 말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 "자기야, 지금 똥누고 있어?" (질문)
두 번째 : "아하! 지금 똥누고 있다구-" (이해)
세 번째 : "그럼 계속 똥눠~" (휘리릭~)

흔히 우리가 잘 아는 "그래, 너 잘~났다!" 라는 말은
진짜 상대방이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잘난척'을 비아냥거리는 거죠.

말이란 그 낱말이 갖는 사전적 뜻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맥입니다.
즉 어떤 낱말이 다른 낱말과 가지고 있는 관련성과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정황이 그 낱말의 뜻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코키리의 코가 '코'인 것은 그것이 냄새맡는 기능 때문이 아니라
'눈과 입 사이'라는 컨텍스트를 기준으로 정의되는 것이죠.
곤충들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기도 하고 몸으로 냄새를 맡기도 하니까
냄새 맡는 기능만으로는 '코'라고 정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다른 예를 들면, 오른손과 왼손을 정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원래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최종적으론 북극이나 남극이라는 컨텍스트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러면 북극과 남극의 정의는? 정의하기나름.. 낱말의 정의는 하나의 약속일뿐이란 거.

하나의 낱말을 정의하기 위해선 더 많은 관련성을 찾는 게 좋습니다.
실제론 사전에 있는 어떤 하나의 낱말엔 그 사전 전체의 낱말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의 낱말엔 우주 모두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흔히 '말꼬리 잡는다'란 말은 문맥을 무시하고 낱말 그 자체의 뜻에 매달려
상대방 말의 뜻을 곡해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라고 할 때 '말귀' 란 낱말들 그 자체의 뜻이 아니라
전체 문맥을 통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말이 아니라 '말귀'를 알아 먹어야 합니다.

'말귀'를 못 알아 먹고 '말꼬리'에만 매달려선 안 됩니다.
하나님의 법은 무시하고 부분적인 율법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그런 겁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 말씀의 참뜻을 따르기보다는 성경의 문자 혹은 교리에 얽매이는 경우가 그런 거죠.

사전 속에 정의되어 있는 낱말은 죽은 낱말이고 문학 작품 속에 있는 낱말들이 살아 있는 말들입니다.
시는 말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이죠.

그래서 유명한 독일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건
과학적 언어가 아니라 시적 언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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