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묵상 - 마가복음 15 16-38

  

고난주간, 해도 변함없이, 날씨는 끝장나게 좋고, 햇볕은 따뜻합니다. 

하늘은 너무도 파랗고, 파란 하늘 아래 햇볕을 즐기며,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은 느긋합니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주간….

 

유월절 양을 잡아 유월절 식사 또는 잔치를 하며 명절을 누리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도

비록 전날  잡은 양의 냄새가 가시지 않은 아침이지만

부시게 떠오르는 햇볕과 더불어 시작된 명절 기간, 사람들은 조금 들떠 있습니다.

 

예수가 잡혔다.” “나사렛 예수가 잡혀 ,심문을 받았다. 오늘 처결이 내려진다.”

소문은 햇살처럼 빨리 뻗어갔고, 유월절 때마다 죄수를 놓아주곤 하던 총독의 관저로, 사람들은 모여들었습니다.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가 아니라, 바라바라 하는 예수를 놓아 주시오!”

대제사장이 미리 풀어놓은 자들의 선동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지난 , 내내, 끌려 다니며, 매맞고, 뱉음 당한 그의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는

자칭 하나님의 아들, 유대인의 왕이라는 예수를 못박으시오 소리쳤습니다.

 

빌라도의 판결은 내려졌고, 예수는 군인들의 손에 넘겨졌습니다.

자칭 유대인의 이라는 죄목으로 넘겨진 예수였는지라, 부대원들이 총독의 공관 뜰로 모여들었습니다.

 

자신들의 보라 망토를 풀어 예수에게 입히고, 머리에 가시로 왕관을 만들어 씌우고, 막대기로 홀을 들려주고,

침을 뱉고, 절을 하고, 그를 때리고, 채찍질하고, 그에게 절을 하고, ‘유대인의 만세 외치고, 다시 그를 때리고

 

명절날 눈부시게 튀는 햇볕 사이로 피가 튀고, 침이 튀고, 술이 튀고, 웃음이 튀고

떡이 되도록 사람을 뭉개 놓고서야 유희는 끝이 났습니다.

 

십자가를 올의 힘도 없이 뭉개진 예수로 인해

군인들은 구레네 시골 사람 시몬을 강제하여, 십자가를 지고 가게 했습니다.

힘이 있는 자가,  더구나 법에 정한 일이라 하여,  누군가를 강제하고 주관하는 것은 장난 같은 일입니다.

 

군인들은 예수를 골고다로 끌고 , 거기서 십자가에 박았습니다.

지나가는 말과 같은 문장으로 저들은 예수를 못박고,

십자가 밑에서 제비를 뽑아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집니다.

 

아침 9,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따뜻해 지는 공기에 기분은 나른해집니다.

십자가 조각상이 높이 세워진 곳에 자리 깔고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군인들은 자리를 깔고 앉아 제비를 뽑습니다. 제비가 뽑힌 사람이 빨리 끝내고 한잔 사겠다고 제안했을 법도  

 

유대인의 인류의 구원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엄청난 패를 달고

그러나 예수는 명절의  배경처럼 달려 있고, 그의 고통에 신음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습니다.

 

구경 나온 사람들이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성전을 헐고, 일에 짓는 자라고?, 당신 자신이나 어떻게 보시지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은  십자가 아래서 자기들끼리 말합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구원하고 자기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구만

 

9시에서 12….

해가 정점에 오르는 시점까지

예수는 문장으로 십자가에 박혀 있고,  햇살은 눈부시고, 날은 평화롭고, 여유롭습니다.

구름 없이 맑은 봄날

 

정오.

갑자기 캄캄함이 땅을 덮습니다.

평온하고 나른하던 분위기는 일순!, 사라지고,

어둡고 캄캄한 하늘 아래, 습해진 공기를 타고, 어제 성전에서 잡은 유월절 양의 냄새가, 기드론시내를 따라 올라옵니다.

 

12시부터 3시까지, 계속된 어둔 하늘아래

갑자기 외침의 소리가 골고다 위에서 들려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있는지도 몰랐던 십자가위의 사람,

사람의 고통과 아픔의 소리가 어둠 속에서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그는 거기 그렇게 우리의 죄악을 지고, 눈부신 하늘 아래, 고통의 숨소리도 없이, 우리 대신, 하나님께 버려진 , 거기 계셨습니다.

 

세시간 동안 임한 어두움 속에서 들려오던, 버림받은 예수님의 부르짖음은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버려진 자들의 고통의 소리였고

바로 우리 이웃의 소리이며,

이웃에게 버려진 나의 신음이고

내게서 버림 받은 형제의 고통의 소리입니다.

 

예수께서 크게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시다.”

 

오후 3, 3시간 동안의 어둠이 걷히고,

성소 휘장은 위에서 아래로 완전히 갈라지고

햇볕은 다시 눈부시게 비추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돌아갑니다.

 

어둠 가운데 들려온 소리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땅에 임한 캄캄함과 어둠을 가르고 울려 퍼지던 그의 부르짖음

소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며, 살아가는 평생이 되어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