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온지도 벌써 두달반이 지나, 석달째로 접어들고 있네요.
처음에 이 곳 키일에 와서 잠시 머문 도펠하우스에서는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더딜까,
이렇게 심심하고 지루하게 3년을 있어야 하나 많이 걱정했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 해뜨고 해지는 게
눈깜짝할 사이에요. 그 석달 사이 남편은 아마도 20번은 넘게 출장을 다닌 것 같습니다.

독일지사로 파견이 되었으니, 나랑 같이 독일갈래? 하면서 갑작스레
저한테 전화를 했던 게 작년 7월께이니까, 벌써 1년 전이네요.
와~ 1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겨지지도 않아요.
그 전화받고 고민할 틈도 없이 결혼준비하고 이리저리 독일어학원 알아보러다니고,
결혼할 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이빨 교정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ㅋㅋ

지난 주에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여기저기 출장을 다닌다고 너무 바쁜 걸 보고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버스도 안 다니는 새벽에 택시 불러다가 역에 가서 또 10시간, 11시간씩 낯선 독일회사에 가서 영어가 잘 안 통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런거 저런 걸 체크해야 하고, 길도 잘 모르는 곳에 차를 끌고 갔다가 길을 잃어서 한두시간씩 집에 늦게 오고 하는 것도 한번씩 겪어보아야 더 빨리 독일 지리에 적응하는 것일 테지만, 만약에 제가 그런 낯설고 힘든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저는 그냥 피하고만 싶고, 하기 싫고 짜증도 많이 낼 거 같았어요.

그래도 출장 다녀오면, 짜증 안내고 제가 철없이 집도 잘 치워놓지 않은 거 눈감아주는 걸 보면,
6년동안 친구처럼 사귄 동갑내기 남편이지만, 역시 저보다는 한수 위인 듯하죠.

오늘 남편 창학씨가  또 독일남부쪽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오늘 가면 목요일 밤이나 되어야 집에 올 수 있을 텐데...
호텔도 예약을 하고 서류도 꼼꼼히 챙겨갔지만, 이것저것 걱정이 많이 되네요.

그에게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 불어넣어주시는 하나님께서
언제나 발걸음발걸음 친히 보호해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더불어, 저도 4일을 용감하게 혼자 잘 지낼 수 있기를 기도드려요. ㅎ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