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0장 – 위기의 사람 (창 20:1-18)


아브라함과 사라의 위기다. 그러나 그들만의 위기가 아니라 아비멜렉의 위기이기도 하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지금 자신들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로 인해 아비멜렉과 그 집 사람들 또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3,18). 아브라함은 그런 사람이다. 그에게 땅에 있는 모든 족속의 복과 화가 걸려있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천사들의 방문은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방문이었다. 천사들을 맞아들인 롯의 영접은 그들의 말을 따를 때에는 복이 되겠지만, 그들의 말을 거부할 때에는 화가 되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복음은, 하면 좋고 안 하면 어쩔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위기 가운데로 몰아넣는 찾아옴이다.


“아브라함은 선지자다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면 네가 살 것이다. 그러나 네가 그의 아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반드시 죽을 줄 알아라.“(7)


아비멜렉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4). 생각지 않은 아브라함의 방문으로 인해 자신이 악을 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5) 자신의 온 집의 태가 닫히는 재앙을 마주하게 되었으니(18)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러나 아브라함과의 마주침으로 인해 그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마주치게 되었고, 닫혔던 태가 열려 아내와 여종들이 출산을 하게 되었으니 소위 전화위복이라 할 것이다.


아브라함도 사래도 딱히 아비멜렉을 속일 요량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가 말하는 대로 고향을 떠나 오던 때부터 서로를 누이와 오라비라 부르기로 했던 습관대로(13) 별 생각 없이 불러왔던 것이 이런 어려움을 낳게 되었을 것이다. 이 일로 인하여 아브라함과 사라는 다시금 자신들의 지나온 삶들을 돌아 보게 되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더 깊이 경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위기는 사람이 자초하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삶이 스스로의 삶과 타인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삶을 뒤집어엎듯 찾아오신 하나님의 부름과 복음의 약속을 따라 살아 왔음에도, 약속을 거스르고 복음을 거스르는 삶의 모습들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를 다시금 위기와 선택 앞에 세우고야 말 것이다. 돌아보면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때마다 붙잡아 주셨던 하나님의 은혜는 얼마나 컸던가? 그 은혜가 아브라함 같은 신실함의 자리로 나를 빚어 세워가길... 주여, 기도합니다.